대구 방화 용의자, 재판 불만 품은 듯…7명 사망, 40여명 부상

방화 추정 50대 사망…손에 인화 물질 들어
불이 난 203호 사무실에서만 사망자 발생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9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법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불이나 시민들이 옥상 및 계단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박천학 기자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법 인근 빌딩에서 9일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부상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5분쯤 대구지법 인근 5층짜리 변호사사무실빌딩 2층에서 불이 났다. 목격자들은 건물 2층에서 검은 연기가 보이고 폭발음도 들렸다며 119에 신고했다.

이 불로 빌딩 2층 203호에 있던 7명이 숨졌다. 사망자 가운데 직원 5명과 50대 방화 용의자가 포함됐으며 나머지 한 명은 소방당국이 신원을 확인 중이다. 사망자들은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또 이 불로 40여 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소방차 50대와 소방인력 160명을 투입해 20여 분 만에 진화하고, 빌딩 안에 있던 사람들을 구조했다. 이 빌딩은 지하 1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 지상층은 법적 설치대상이 아니라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화재경보장치는 정상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물은 반 개폐식 창문으로 돼 있어 탈출이 어렵고, 연기 배출이 잘 되지 않는 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이런 구조 때문에 진화 과정에서 연소가 급격하게 확대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사건의뢰인인 방화용의자가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방화했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분석 등을 통해 방화 용의자가 손에 인화물질을 든 것을 확인했으며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방화원인 등 사건규명을 위해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집중 수사 중이다. 이 건물 일대에는 변호사 사무실이 밀집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