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방화’용의자 투자건물 상가 분양률 22% ‘빚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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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입주계약 해지 잇따라
미분양 상가 분양예정금 620억

대구=글·사진 박천학 기자

지난 11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주상복합상업시설(사진). 내부 상가 곳곳은 텅 비어 있었고 엘리베이터는 운행되지 않았다. 또 건물 내부에는 접근금지 안전테이프가 여기저기 둘러쳐져 있었고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 건물은 지하 4층, 지상 15층 규모로 2020년 11월 준공됐다. 신천시장 내 오래된 1∼2층 건물을 뜯고 새로 짓는 정비사업으로 지어졌다. 하지만 이날 당시 오피스텔 91가구는 모두 분양됐으나 수익성 상가는 총 72개 중 편의점, 카페 등 16개(22%)만 분양돼 분양률이 극히 저조했다. 건물 관계자는 “상가 분양이 한창이던 때 대구에 닥친 코로나19로 계약 해지가 잇따랐다”고 말했다.

이 건물은 지난 9일 발생한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사건’의 발단이 된 곳이다. 용의자 A(53·사망) 씨는 2013년 이 건물 건립 사업에 6억8000만 원을 투자했다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자 소송했으며, 줄줄이 패소하자 극단적인 보복을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이 건물 건립 사업은 한 차례 중단된 후 2013년 본격화했으나 분양률이 저조해 상인으로 구성된 조합원과 조합, 대행사 사이에서 갈등이 이어졌다.

A 씨도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이곳을 가끔 찾았고 소송 상대방인 조합업무 대행사 대표 B 씨에게 욕설을 자주 했다. B 씨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A 씨는 오랜 소송으로 돈을 날려 신용카드 사용이 정지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말도 자주 했다”고 말했다.

B 씨는 “2020년 2월 대구에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상가 분양이 중단되다시피 했다”며 “이 영향으로 이 건물과 관련된 조합, 시공사, 대행사 등 모두가 엄청난 빚에 시달려 갈등이 커졌고 고통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건물 건립에는 공사비, 보상비 등 총 962억 원이 투입됐으며 미분양 상가의 분양 예정 금액은 총 620억 원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범행 당일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 씨 집에서 확보한 휴대전화와 노트북에서 범행과 관련된 의미 있는 단서를 찾기 위해 포렌식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