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생들 배달음식 끊어… “편의점서 끼니 때운다”

■ 高 물가에 허덕이는 2030 - ‘MZ 대학생’ 고군분투

“면접용 구두는 3000원짜리
최근 알뜰폰 요금제로 바꿔”

끝없이 오르는 물가에 학교 앞에서 자취하는 대학생들이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과외 등을 하며 그렇지 않아도 빠듯하게 사는 이들이 고물가로 인해 주머니 사정이 더욱 얇아지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유모(여·23) 씨의 월별 총지출은 지난달 129만 원으로 1년 전(117만 원)보다 10.3% 늘었다. 식비와 집값, 통신비, 교통비를 제외한 생활비가 지난달 37만 원으로 1년 전(16만 원)보다 2.3배 증가했기 때문이다. 유 씨는 “샤워용품, 생리대 등 생필품값은 줄이기 힘드니 요리를 해먹거나 본가에서 가져오는 방식으로 식비를 아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당근마켓에서 쌀 10㎏을 2만 원대에, 면접용 구두를 3000원에 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요금 4990원도 동기와 나눠내기 시작했다. 유 씨는 “놀 때는 외부 약속을 안 잡는 대신 우리 집에 초대해 요리를 해주고, 학교에 갈 땐 버스를 타기보다 걸어가려 한다”고 했다.

영등포구에서 자취하는 진모(27) 씨의 월별 총지출도 지난달 153만 원으로 1년 전(120만 원)보다 27.5% 뛰었다. 한 달 식비가 72만 원으로 1년 전(40만 원)보다 80% 증가한 영향이다. 진 씨는 “코로나19가 끝나 친구들과의 약속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마포구에 사는 김모(26) 씨의 지난달 총지출도 140만 원으로 1년 전(125만 원)보다 12% 증가했다. 김 씨의 한 달 식비는 45만 원으로 18.4% 늘었다.

서대문구에 혼자 사는 이모(여·23) 씨의 월별 총지출은 지난달 106만 원으로 1년 전(121만 원)보다 12.4% 줄었는데, 이는 이 씨가 불가피하게 허리띠를 졸라맸기 때문이다.

이 씨는 “월세도 비싸고, 특히 식비가 전반적으로 올라 돈을 아끼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실제로 아꼈다”며 “영어·수학 과외를 하나씩 하고 있는데,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영어 과외를 하나 더 늘려 총 3개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씨는 휴대전화 요금제를 알뜰폰으로 바꿔 통신비를 5만 원에서 1만 원대로 줄이기도 했다.

그는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일도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외활동, 조별과제도 코로나19 때문에 거의 온라인으로 하는 분위기라 교통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