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국가경쟁력 급락 주범은 정부 비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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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22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순위는 전년 대비 4계단 하락했다. 평가 대상 63개국 중 27위이고, 아·태 14개국 중에서는 6위, 인구 2000만 명 이상 27개국 중에서는 9위다. 국가 순위 등락에 일희일비할 건 아니나, 지난 30여 년간 잠재성장률이 한 번도 상승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간과할 일은 아니다. 과거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리면서 고도성장을 과시했던 대한민국이 평범한 국가로 전락한 느낌이다.

4마리 용 중에서 대만·홍콩·싱가포르는 우리보다 높은 국가경쟁력을 보인다. 이들의 경쟁력 순위는 싱가포르 3위, 홍콩 5위, 대만 7위로 세계적인 수준의 국가경쟁력을 보여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경상가격 기준 2022년 1인당 GDP도 싱가포르는 7만9580달러, 홍콩 4만9850달러, 대만 3만6050달러, 대한민국 3만4990달러로 우리나라가 4마리 용 중에서 꼴찌다.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국가경쟁력이 중요한 이유다.

분야별로 비교해서도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거의 없다. 과학기술 인프라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좋을 뿐 다른 분야에서는 대부분 꼴찌다. 그동안 교육 분야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교육 분야의 경쟁력 순위도 꼴찌다. 정부 효율성의 모든 세부 분야에서 꼴찌고, 사업 효율성의 모든 세부 분야에서도 꼴찌다. 국가경쟁력 제고의 핵심은 정부의 비효율성과 사업 환경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인구구조와 산업경쟁력 변화 등 도전 과제가 산적한데 과거 정부가 국가경쟁력 제고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새 정부는 5개 부문 개혁을 천명하면서 국가경쟁력 제고를 선언했다. 성공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금융·서비스 산업 혁신은 규제 혁신에서 출발한다. 규제 혁파를 위해 만든 민·관 합동 규제혁신전략회의는 과거 유사한 위원회와 차별성이 없고, 운영 결과도 비슷할 것으로 우려된다. 민간 중심의 규제개혁단을 구성해 불합리한 규제를 조사하고 국회와도 소통하면서 대안을 찾는 게 더 효과적이다.

둘째, 조세 개혁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투자를 유도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키우기 위한 강력한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 기업 규모별 과세 차별을 줄이는 게 경제 성장을 제고한다.

셋째, 연금개혁도 모수 개혁에서 벗어나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 연금개혁과 재정 건전화는 정부 효율성을 제고한다.

넷째,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서는 주 52시간제의 기본 틀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사적 자치의 원칙을 중시해야 한다. 다양한 근로시간과 근로 형태를 인정하고, 연속근로시간을 규제해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규제 합리화가 필요하다.

다섯째, 교육 개혁 출발점은 평가와 지원의 틀을 벗어나는 일이다. 등록금을 정상화하고 학교가 아닌 학생에게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과거처럼 투입만 늘려서는 성과가 나지 않는다.

우리의 취약점인 정부 효율성과 사업 효율성을 제고하고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게 시대적 소명이다. 새 정부가 효과적인 정책으로 국가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