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 시대…반도체·배터리·탈탄소화 기업 주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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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 재테크

미국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전년 동월 대비 8.6%를 기록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 발표로 인해 2분기 중 인플레 피크아웃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무너졌고,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 투자자의 관심은 자연스레 경기침체 현실화 여부로 쏠리고 있다. 강력한 긴축정책이 결국 경기를 망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글로벌 경기의 위치는 경기확장과 경기침체 사이에 자리한 ‘late Cycle’(경기확장 후반부) 혹은 경기둔화 국면에 해당하기에 하반기 자산시장 전망 측면에서 경기 연착륙 여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 실제 경기침체 여부를 확인하고 투자를 결정하는 건 너무 늦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서 정의하는 ‘경기침체’란 2분기 연속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인데, 이 정의를 따른다면 경기침체 판단이 후행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동의할 만한 변하지 않는 사실은 저금리·저물가 시대의 종말과 고금리·고물가 시대의 도래이다. CPI는 3분기 중 정점을 형성하더라도 당분간 5∼6% 이상의 높은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물가상승 압력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전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가격은 인건비의 비중이 크기 마련인데, 현재의 임금 상승속도를 감안하면 지속적인 서비스 물가 상승압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하반기 중 공급 차질 우려가 다소 완화되더라도 전체적인 물가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필연적으로 높은 레벨의 금리 수준이 당분간 이어짐을 뜻한다.

고금리·고물가 시대에는 성장주 일변도였던 기존 투자 전략과는 다른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매출성장률이 높은 기업보다는 안정적인 마진을 확보한 기업에 집중해야 한다. 높은 인플레이션하에서는 기업매출 성장세도 올라가나, 마진과 낮은 변동성의 희소가치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높은 금리는 밸류에이션 상승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기 때문에 매출보다 마진에 더 집중될 개연성이 크다. 둘째, 차기 주도주는 CAPEX(자본적 지출) 투자 관련 기업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초과수요·공급부족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높은 가격 수준에서 물건을 더 팔기 위해 CAPEX 투자를 통한 생산 확대 니즈가 생긴다. 이런 측면에서 가장 우선적으로는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기술 분야와 탈탄소화에 따른 에너지 분야에서 CAPEX 투자 관련 기업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장기간 익숙해진 투자 전략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다만, 추세적인 변화를 인정하고, 새로운 사이클에 적응할 수 있는 기업으로 재빨리 투자의 초점을 옮길 때이다.

유진혁 삼성증권 투자 컨설팅팀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