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먹고, 함께 놀고…“식당 가는 날만 기다려요”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부산종합사회복지관‘어린이식당 프로젝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 1월 22일 부산종합사회복지관이 시범운영 중인 ‘어린이식당’에서 지역 어린이들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어린이식당이 본격 운영된 지난해 4월 28일 부산종합사회복지관 어린이식당에서 어린이들이 자원봉사자들과 놀이활동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학부모 · 지역주민 자발적 참여
주1회 저녁식사·돌봄기능 제공

친구들과 전통놀이·보드게임
대학생들과 환경보호 캠페인도

“아빠랑 동생이랑 음식 만드니
가족들 사이가 더 좋아졌어요”

“월, 화, 수, 목, 금 중에서 수요일이 제일 기다려져요.”

지난해 매주 수요일 ‘어린이식당’에 참여했던 부산 동일중앙초등학교 3학년 장연서 학생은 “동네에 사는 친구들이 별로 없는데, 여기에서 선생님과 친구랑도 자주 놀아서 좋았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어린이식당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이 아동권리기반 마을부엌(마을공동체)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아동옹호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다. 2019년부터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의 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사업인데, 부산에서 처음으로 어린이를 위한 식당으로 기획됐다.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는 지역구성원의 자발적 참여와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지역구성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어린이식당을 운영함으로써 아동의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고, 아동의 돌봄 사각지대 및 가정 양육 부담도 해소한다는 계획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수요일은 부산종합사회복지관(수정점)과 범일침례교회 비전센터(범일점) 등 2곳, 목요일에는 동구노인종합사회복지관 초량분관 행복식당(초량점)과 좌천생활문화센터(좌천점) 등 2곳에서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80여 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저녁식사 제공과 동시에 돌봄 기능을 하고 있다.

성과는 뚜렷했다. 아이들이 어린이식당을 즐기는 것은 물론, 가족관계도 돈독해졌다. 장연서 학생은 “햄버거는 동생이랑 만들고, 화채는 아빠랑 만들었는데, 가족들 다 재미있어했다”고 말했다. 범일초등학교 5학년 문서우 학생도 “예전에는 집에서 말도 많이 하지 않았는데, 어린이식당 다니고부터는 어떻게 친구들이랑 놀았는지를 엄마랑 같이 이야기하니 마음으로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문서우 학생은 “어린이식당에서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친구들이랑 많이 놀아서 몸도 건강해지고 친구들이랑 놀 수 있는 친화력도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지역사회 공동체가 중심적으로 어린이식당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성과를 얻었다. 초량점의 경우 마을공동체 ‘좋은엄마’가 함께 활동하면서 조리활동은 물론 어린이날 물품지원 등 주체적인 사업도 연계해 진행 중이다. 부산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지점별 운영주체들은 초기에는 배타적이고 소극적이었지만, 현재는 지속적인 연계를 요청할 정도로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 구성원 중 하나인 대학생 자원봉사자 32명도 서포터즈로 참여해 조리, 돌봄(놀이), 홍보활동을 돕고 있다. 어린이식당에서는 지점별 공간을 활용해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전통놀이, 보드게임 등 신체놀이 활동은 물론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교육과 일회용품 줄이기, 장바구니 사용 등 실천 캠페인도 진행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은 사업 시작 전부터 프로젝트를 착실하게 준비했다. 먼저 일본에서 활성화돼 있는 어린이식당을 2018년에 찾아가 지역공동체 활성화 기능 등을 확인했다. 이후 2019년 1월에 시범적으로 어린이식당을 운영하면서 31명에게 82건의 저녁 식사를 제공하면서 세부 필요사항을 점검했다. 지역사회 학부모와 지역주민 등 3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시행, 조사대상 중 18.5%가 저녁 식사를 혼자(형제와) 먹거나 아동돌봄기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고, 초등 아동 5명 중 1명은 가족과 함께 식사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확인하면서 세부데이터를 축적했다. 특히 어린이식당이 동네에 필요하냐는 물음에 79.5%가 필요하다고 답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프로젝트 추진에 동력을 얻었다. 이후 부산 동구 내 봉사단체, 도시재생 주민협의회, 학부모로 이뤄진 지역공동체 총 3개 단체의 참여를 이끌어냈고, 더 많은 공감대 형성을 위해 동구 내 4개 행정구역별 지역주민, 복지사무장, 유관기관 대상으로 사업설명회 및 간담회도 진행했다.

조윤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어린이식당은 단순히 급식서비스 제공의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 아동의 돌봄 사각지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에 공감하는 지방자치단체, 유관기관, 마을공동체, 지역주민, 후원자들이 함께 모여 통합적인 서비스 연계를 통해 아동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사업”이라며 “주민주도형 아동 옹호 활동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발전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