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측보다 빠른 재확산…“중대한 변화땐 선별적 거리두기”

■ ‘국민참여 방역’ 효과 의문 확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한덕수 총리 ‘중대본 회의’ 주재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면서 화상회의로 참여한 각 부처 책임자에게 방역 강화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방역피로감에 효과 낮다’ 판단
재유행 대비 방역 큰 변화 없어

“뒷북대응, 유행 통제 어려울것
중환자 줄이는 치료대책 중요”

정부가 코로나19 재유행 국면에 사회적 거리두기 등 고강도 조치를 보류한 채 ‘국민 참여형 방역’ 체제로 전환한 것은 거리두기의 수용성이 떨어진다는 점과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위중증 환자 증가를 막기 위해 고위험군 중심 방역·의료 체계를 보강하고 나머지 국민에게는 개인 자율에 맡기는 ‘셀프 방역’ 기조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 유행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후행적 조치를 내놓아 피해 규모를 키운 후 유행 통제에 실패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13일 정부가 내놓은 국민 참여형 방역의 골자는 4차 백신 접종 대상을 기존 6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확대하고, 격리 의무는 유지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치명률 증가 등 유행상황이 악화될 때 선별적 도입을 검토한다고만 밝혔다. 정부가 거리두기 카드를 접은 이유 중에는 우선 치명률이 지난 2020년 8월 2.1%에서 올해 5월 0.07%까지 낮아졌고 백신과 치료제가 확보되는 등 기존 유행과는 여건이 다르다는 점이 감안됐다. 고물가와 고금리 경제 상황도 반영됐다. 방역피로감이 누적된 탓에 거리두기의 수용성과 지속가능성이 저하됐다는 점도 고려됐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병상 추가확보도 차후에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12일 기준 확보병상 5819개 수준으로 하루 확진자 14만여 명까지 가능하며, 확진자가 20만 명 발생한다고 해도 1405개 병상을 재가동하면 감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투석과 분만 병상은 각각 기존 수가 대비 200%, 300% 가산 수가를 지급해 일반 병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 오미크론 대유행 당시 피해가 컸던 소아 병상은 소아전담병상을 지정해 운영한다.

방역체계에도 큰 변화가 없다. 현행 확진자 7일 격리의무는 유지되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신속항원검사(RAT)와 고위험군 유전자증폭(PCR) 검사 체제도 유지된다. 전국 3곳밖에 없는 임시선별진료소와 생활치료센터 추가 설치는 재유행 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외 변이 유입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해 입국 후 3일 이내 PCR 검사를 받던 것을 1일차 검사로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등 방역의 영역을 국민 개인에게 맡기는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뒷북 대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변이가 많아 예방과 치료를 국민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적다”며 “정부 유행 예측도 한 달 전 시나리오에 머물고 있고 (이번 대책에) 후행적 조치가 많아 유행 통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재유행 초기에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RAT 대신 PCR 검사를 강화해 정확히 진단, 빨리 격리치료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환자 증가에 미리 대비해야 하는데 병상 준비는 늘 부족하다”며 “중환자 병상을 해결하지 못할 것 같으면 중환자를 안 만들도록 치료제가 조기 투입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대상 확대 실효성도 부정적이었다. 김 교수는 “접종에 대한 정부의 메시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 접종 동력이 이미 상실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권도경·박정경·정철순·인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