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지원 전 국정원장 출국금지 … 서훈 전 국정원장은 입국 시 통보

박지원 “검찰이 계속 코미디를 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검찰이 15일 박지원(오른쪽)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해외 체류 중인 서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는 입국 시 통보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2월 3일 박 전 원장과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서 전 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서해 피살 공무원 탈북 조작’ 의혹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현재 해외 체류 중인 서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는 입국 시 통보 조치를 취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및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등과 관련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된 두 전직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검찰 및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1부(부장검사 이희동)와 공공수사 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박 전 원장에 대한 출국 금지, 서 전 원장에 대한 입국 시 통보 조치를 법무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박 전 원장은 1개월 간 출국이 제한됐고, 검찰이 요청할 경우 출국 제한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 지난 6월 12일 관광비자로 출국해 미국에 머물고 있는 서 전 원장은 귀국할 경우 그 사실이 즉시 검찰에 통보된다.

박 전 원장과 서 전 원장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는 데 핵심 인물로 여겨지고 있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당시 47세)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직원들이 생산한 첩보 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전 원장은 2019년 11월 탈북 어민의 귀순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 북송시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6일 박 전 원장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죄)과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죄로, 서 전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직권남용죄)과 허위공문서작성죄로 고발했다.

통상 출국 금지와 입국 시 통보 조치는 소환 조사의 전 단계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지난 13일 국정원을 압수수색해 기초 자료를 확보한 검찰이 조만간 박 전 원장과 서 전 원장을 소환해 조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그동안 공개적으로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 온 박 전 원장은 검찰의 출국 금지 조치에 대해 “검찰이 계속 코미디를 한다”고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예나 지금이나 검찰의 보여주기식 뒷북치기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정부에서도 계속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