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무한발전 가능성… 영종·강화·송도·청라에 ‘뉴 홍콩시티’ 조성”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11일 인천시청 종합민원실에서 과거 자신이 안전행정부 장관이던 시절 완성한 전자정부 도입 배경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유 시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민이 행복한 ‘감동 행정’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신창섭 기자

■ 민선8기 시도지사에 듣는다 - 유정복 인천시장

1호공약 ‘제물포 르네상스’ 속도
역사 ·문화 ·관광 중심항구 개발

4년 안에 100兆 경제시대 열어
대한민국 2대 도시로 거듭날 것

오세훈 시장·김동연 지사와 협력
지역 현안 무리없이 풀어가겠다

인터뷰 = 유회경 전국부장

유정복 인천시장은 의욕 충만이었다. 11일 시장 접견실에서 함께 있는 게 힘들 정도였다. 4년 만에 시장으로 복귀하게 된 기쁨과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얼굴에 가득했다. 장관과 국회의원을 역임한 관록도 관록이지만 자신의 고향을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흘러넘친 탓이리라. 유 시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인천과 서울을 비교하면서 인천의 큰 가능성과 자신의 큰 인천 사랑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유 시장은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서울은 관리형 도시라고 할 수 있지만 인천은 상대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도시”라며 “인천은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창조형 도시’”라고 말했다. 그는 “각종 수도권 문제는 이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겨우 풀린다”며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지사 등과 협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기간 핵심공약으로 ‘뉴 홍콩시티’를 강조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과거 아시아에서 유럽 갈 때 반드시 거쳐야 했던 홍콩이 세계 무역의 중심이 되면서 금융과 관광산업도 자연스럽게 발전했다. 세계적인 공항과 항만이 있는 인천이 이제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

―비전은 훌륭하다. 하지만 확 와닿진 않는다.

“뉴 홍콩시티는 영종도와 강화도 남단, 송도·청라 등에 홍콩에 대한 중국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홍콩을 벗어나고자 하는 세계 다국적 기업들을 유치해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홍콩의 대안이 인천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일자리 60만 개를 창출하고 다국적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 국제기구 등을 유치해 인천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서울도 글로벌 금융 중심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중심지는 서울이든, 부산이든 한쪽으로 몰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인천은 관리형 도시인 서울과 달리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도시다. 금융 중심지라고 하지만 서울에서 무엇을 할 수가 있는가. 물리적으로 활용 공간이 없다. 그에 비해 인천은 무궁무진하다. 개발이 덜 되고 허술한 부분이 많지만 그래서 오히려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키워 나가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1호 공약 제물포 르네상스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같은 맥락인가.

“제물포 르네상스는 옛 제물포항 인근의 공유수면 182만㎡를 포함한 480만㎡ 규모의 인천 내항 일대를 역사·문화·해양관광·레저문화 중심의 항구 도시로 조성해 새로운 인천을 만드는 원도심 개발의 핵심 프로젝트다. 해양수산부 산하 인천항만공사를 인천시로 이관하는 문제도 고려할 수 있다. 인천 원도심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뉴 홍콩시티와 일맥상통한다.”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인천을 발전이 지체된 곳으로 자주 묘사했던 것으로 안다. 왜 그런가.

“전임 시장이 한 일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잘한 일은 계승해 발전시켜야겠지만 정체되고 심지어 퇴행한 일이 더 많기에 바로잡겠다는 의미가 강하다. 앞서 민선 6기 시장 재임 때 어렵게 매듭을 풀었던 수도권매립지 문제와 인천발 KTX 사업은 전임 시장 임기 4년간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특히 수도권매립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유 시장은 민선 6기 때 인천시장을 지냈으나 민선 7기 때 박남춘 전 시장에게 자리를 넘겨줬다가 이번에 탈환에 성공했다.

―인천 경제 100조 원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는데.

“인천은 지자체 가운데 경제 규모 면에서 서울 다음 2위까지 올랐다. 민선 6기 시장 재임 때 2016~2017년 2년 연속 높은 수출 증가율에 힘입어 지역내총생산(GRDP)이 부산을 앞지른 적이 있다. 그러다가 최근에 다시 부산에 2위 자리를 넘겨줬다. 지난 2년 동안 90조 원에 머무른 GRDP를 4년 안에 100조 원대로 끌어올려 인천을 다시 우리나라 2대 경제 도시로 만들겠다.”

―수도권매립지 문제는 지난 선거에서도 쟁점이 됐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는 1992년 이후 30년간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주민들의 생활 쓰레기를 처리해 왔다. 주변 주민들이 매립지 사용 종료를 원하고 있다. 시장 취임 후 정부, 서울시, 경기도 등과 4자 협의체를 재가동해 반드시 대체 매립지를 확보하겠다. 전임 시장이 추진했던 자체 매립지는 대체 매립지가 조성되면 필요가 없어진다. 이미 매입한 인천 옹진군 영흥도의 자체 매립지 부지는 다른 활용 방안을 찾겠다.”

―인천은 수도권이란 이유만으로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서 역차별받는 측면도 있다고 보는데.

“인천도 지방이고 서울도 지방이다. 지자체 개념에서 지방은 중앙과 대치되는 개념이다. 지방이 잘되면 국가도 발전하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곳에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유치하고 육성해야 한다. 영암에 F1 경기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항이 있는 영종도에 만들었으면 성공했을 것이다.

―시장 당선 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지사와 만나 무엇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는가.

“두 분 다 잘 아는 분이다. 현안에 대해 공감대를 확인했다. 오 시장에게는 서울의 한강을 경인 아라뱃길을 통해 서해와 연결하자는 제안을 했다. 서울 시민이 유람선을 타고 인천 앞바다의 섬을 오갈 수 있다면 수도권 최고의 관광 인프라가 될 것이다. 김 지사와는 박근혜 정부 때 국무위원으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지금은 속한 정당이 다르지만 지역 현안만큼은 무리 없이 협력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인천시청 종합민원실에서 민원인 안내 업무를 돕는 한 공공근로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창섭 기자

36세에 김포군수 ‘최연소 관선 군수’… 의원·장관·광역지자체장 ‘트리플 크라운’

■ 유정복 시장은

인천=지건태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은 기초 지방자치단체 군수와 구청장, 광역 지자체 시장과 중앙부처 장관까지 지낸 ‘행정의 달인’이다. 22세 때 행정고시에 합격해 36세 때 경기 김포군수에 부임하며 전국 ‘최연소 관선 군수’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이후 인천 서구청장으로 자리를 옮겨 1995년에 치러진 첫 민선 김포군수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여당과 야당 후보에게 크게 앞서 당선됐다. 당시 김포 군민 10만 명 중 유권자는 6만여 명, 이 중 1만 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그의 당선을 도왔다. 1998년 지방선거에서는 64%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이어 그는 2004년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내리 3선 의원을 지내며 같은 진영 내에서 흐트러짐 없는 공직관과 도덕성·청렴성을 갖춘 ‘보수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유 시장은 또 이명박 정부 때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박근혜 정부 때 초대 비서실장과 안전행정부 장관을 역임했다. 세월호 참사로 당이 위기에 처한 2014년 그는 장관직과 국회의원직을 다 내려놓고 지방선거에 출마해 현직의 송영길 전 인천시장을 1.75%포인트 차로 제치고 승리했다. 인천 출신 인사로는 처음 인천시장이 돼 오로지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던 그는 재임 기간 3조7000억 원의 빚을 갚아 인천이 ‘부채 도시’란 오명을 벗게 했다. 그는 또 당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인천발 KTX 사업’ 추진과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문제 해결을 위한 4자 협의체 최종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문학산 정상을 개방하는 등 해묵은 지역 현안을 해결하면서 시민들에게 ‘일 잘하는 시장’이란 평가를 받았다. 국회의원과 장관, 광역 지자체장까지 ‘트리플 크라운’의 영예를 안으며 거칠 것 없이 탄탄할 것만 갔었던 그의 정치 인생에도 위기는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재선 시장 도전에 실패하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치러진 2020년 총선에서도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평범한 일상에서 아내 최은영 여사와 장을 보고, 어릴 적 자신을 ‘유세비오’(포르투갈 축구선수에 빗댄 별명)라 불렀던 친구들과 순댓국에 막걸리도 자주 마셨다. 그는 ‘시민 행복, 세계 초일류도시 인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이번 선거에서 과반을 넘겨 득표해 4년 전 패배를 설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