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 악재에 ‘투자 시계’ 제로…어그러지는 ‘10대 기업 1000兆 투자’

LG엔솔·SK하이닉스 줄보류
기업 투자계획 차질 확산 전망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며 최근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계획 이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가 증설을 보류한 충북 청주 M15 공장의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3고(高)(고환율·고물가·고금리) 악재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이 가시화하면서 대·중견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설정했던 올해 투자 계획이 출발부터 삐걱거리며 표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10대 기업만 1000조 원 이상의 투자계획을 밝혔지만 예상치 못한 잇단 난제와 복병 때문에 투자 및 재무전략을 전면 손질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금융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2분기에는 그나마 선방했던 기업 실적도 급격히 나빠짐에 따라 투자 계획 보류 움직임이 도미노처럼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이사회에서 충북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전격 보류했다. 이사회에서는 “증설의 필요성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당초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의 43만3000여㎡ 부지에 약 4조3000억 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M17)을 증설할 계획이었다. 향후 2∼3년 내 글로벌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제하에 투자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당장 3분기부터 SK하이닉스의 주력인 반도체 메모리 분야 시장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원화 약세로 투자 비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주 제주에서 그룹 차원의 투자 지연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SK하이닉스 사례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솔직히 이자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어 전략전술적인 형태로 투자를 지연할 수 있다”며 “재료 등이 너무 많이 올라 어쩔 수 없이 조정하는 경우 투자를 지연하는 일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해외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1조7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기로 한 배터리 공장의 투자 시기와 규모를 조정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각종 비용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빅스텝 이자 폭탄에 허덕이고 있는 중견·중소기업은 아예 투자를 백지화한 경우도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과 우려가 나온다. 올해 하반기까지 미국 등 주요 국가 금리 인상이 계속 예정돼 있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수그러질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김병채·이근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