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고대산 야구장’ 방치 논란

경기 연천군이 많은 예산을 들여 고대산 군유지에 조성한 ‘고대산 야구장(베이스볼 파크)’이 잘못된 수요예측과 코로나19 영향으로 거의 이용객이 없이 텅빈 채로 방치되는 등 혈세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연천군은 매년 수억 원을 투자해 야구장 시설에 대해 유지관리 및 보수를 하면서 야구장 이용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시설운영을 정상화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26일 연천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 2018년 국비와 지방비 30억 원, 민간자본 50억 원 등 사업비 80억 원을 들여 신서면 고대산 입구 13만 7600㎡에 고대산 야구장을 조성했다. 부지는 대부분 국유지와 군유지 등 공유지가 사용됐다. 당시 민간 사업자 H사는 야구장 제1·2·3면과 클럽하우스를 개장하면서 군에 시설을 기부채납했다. 군은 또 지난 6월 28일 실내연습장과 다목적 구장 등 나머지 시설에 대해서도 H사와 운영에 관한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기부체납을 받은 상태다. 사실상 H사가 2018년부터 시설을 운영해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KakaoTalk_20220726_004634972_09 경기 연천군과 H사가 지난 2018년 고대산입구에 조성한 ‘고대산 야구장’ 제 2면의 모습.

그러나 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 2018∼2019년에 연간 이용객이 수백 명에 그친 데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이후 야구 동호인들의 이용 신청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해마다 이용객이 줄어들자 H사는 지난 2020년 야구장 제 4·5면을 다목적 구장으로 변경해 준공했다.

이같이 이용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코로나19 탓도 있지만 인근 동두천시 소요산에 공사 중인 박찬호 야구장(7면 규모)과 중복되는 데다 직접 야구 경기(게임) 및 연습을 하는 사회인 야구 매니아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객 수요와 경제적 타당성(사업성)을 고려치 않은 채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입지조건이 나쁜 고대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인 야구장을 건립한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시협약에 따라 H사가 2028년 9월까지 야구장 시설을 운영(무상 사용)할 예정이나 군은 안전점검 용역 실시 및 시설관리 보수에 매년 수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군이 2028년 10월부터 직접 시설을 운영할 예정이지만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특히, 장마철 집중호우시에는 축대와 산자락 법면이 무너지는 수해를 입어 보수공사를 실시하는 등 피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고대산 야구장은 연천군이 지난 2008년 고대산 입구에 유스호스텔·펜션·대중골프장 등을 갖춘 고대산 평화체험특구를 조성하면서 대중골프장 건설이 어려워지자 2014년 체육시설 부지에 전용야구장(제1∼5면)과 실내연습장, 클럽하우스 건립을 추진했다.

연천=글·사진 오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