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준금리, 美보다 0.53%P 높아야 적정”

■ 한경연 ‘한·미 금리差’보고서

美 적정 기준금리 3.12% 가정
한은, 지금보다 1.4%P 올려야
가구당 이자부담 292만원 증가

미국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단행으로 28일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현실화하면서 국내 가계부채 상환 부담도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양국 기준금리가 적정 수준에 도달하면 연간 34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이자 부담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이달 13일까지 기준금리를 1.7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 인해 10개월 새 늘어난 가계부채 이자 부담액은 약 24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6월 말 현재 시중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1060조8000억 원)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은 채 1000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경연은 이날 ‘미국과 한국의 적정 기준금리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양국 간의 기준금리가 적정 수준에 도달하면 국내의 가계부채 이자 부담은 연간 34조1000억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상호 한경연 경제조사팀장은 “미국의 적정 기준금리를 3.12%로 가정할 때 한국은행이 양국 간 적정금리 차이를 맞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3.65%까지 1.40%포인트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경우 가구당 연간 가계부채 이자 부담액은 현재 488만 원에서 780만 원으로 292만 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의 부채 규모는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어서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기업 부채 비율은 지난 3월 현재 219.4%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대내외 충격 발생 시 취약차주와 비(非)은행 계열 금융권의 부실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음)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키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이끈 청년층의 경우에는 약 25%가 이미 취약차주거나 2년 안에 취약차주로 전락할 수 있는 잠재적인 취약차주에 해당해 신용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경제 체력의 가늠자인 실물경제 상황도 악화일로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7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실적 BSI는 80으로, 6월(82)보다 하락했다. 지난해 2월(76) 이후 가장 악화한 수준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의 영향으로 지난 4월 86으로 오른 뒤 5월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6, 7월 2개월 연속 내렸다.

이관범·김병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