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인력 줄이고 복리후생도 축소… 公기관 ‘전방위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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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정부 ‘혁신 가이드’ 발표

과거 ‘정권사업’들로 경영악화
부채 84조원에 영업이익 급락

정부, 임금 등 비용 절감 추진
연수원·골프회원권 등도 매각
기관장 경영평가에 혁신 반영
“민영화·인위적 구조조정 없다”

윤석열 정부가 29일 제시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은 과거 정부에서 무리한 국정과제 추진으로 허약해진 공공기관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처방으로 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발전과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같은 정권 차원의 사업들로 인해 공공기관이 입은 피해는 이루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통해 총 350개에 달하는 국내 공공기관들이 본래 설립 목적에 맞게 역할을 수행할 것을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것도 자리에 참석한 각 위원에게 정부의 개혁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다. 비대해진 공공기관의 효율화와 혁신은 국정과제로 선정될 만큼 중요한 이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5년간 공공기관의 운영에 대해 조직·인력과 부채규모가 확대됐지만 수익성·생산성은 악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비정규직의 정규직·직고용화, 신규채용 인원 증가로 인해 공공기관의 인력은 11만5000명 늘었고, 부채규모도 84조 원으로 확대됐다. 공기업 영업이익도 2017년 13조5000억 원에서 2021년 7000억 원으로 급락하는 등 공공기관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방만 경영이 국가 경쟁력마저 좀먹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인식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특히 민간·지자체와 경합하는 공공기관 기능을 배제하고, 설립 목적에 벗어나는 사업을 금하는 조치를 우선으로 삼은 것은 조직 축소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개혁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기엔 과거 정권에서 이른바 ‘청와대가 신경 썼던’ 핵심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불·편법으로 동원하는 악습을 막겠다는 목적도 포함됐다. 이들 정권 사업으로 인해 해당 공공기관의 재정은 파탄 나고 검찰·감사원 등의 수사·조사가 이어지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는 비판이 컸다.

기재부는 이른바 ‘조직의 하드웨어’를 줄이는 부분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기관별 금년도 하반기 경상경비·업무추진비 예산의 10% 이상 절감뿐만 아니라 각 공공기관이 보유한 자산도 사실상 모두 매각할 것을 지시했다. ‘과도한 복리후생 용도’의 유휴자산으로 꼽히는 각 공공기관의 연수원 및 골프·콘도 회원권도 매각해야 한다. 직원 임금도 “경영평가 결과, 공무원 처우개선율 등을 종합 고려해 적정 수준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삭감 조치에 들어간다. 임원 사무실 크기(기관장 차관급 규모 99㎡ 이하, 상임감사 및 상임이사 등 임원진은 국가공무원 1급 규모 50㎡ 이하)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해, 공공기관 조직 축소에 이번 개혁의 방점이 찍힌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민영화나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의 의지대로 기간 내 ‘다운사이징’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노조와 진보 성향 단체가 반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건비·경상경비 절감과 보수체계개편, 복리후생 축소는 특히 예민한 문제다. 공공부문 노조 상급단체는 민영화 프레임을 들고나오는 등 이번 개혁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장들 경영계약서에 이번 혁신 내용을 포함시켜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등의 구속력 있는 조치가 따를 것”이라며 “결국 해당 부처 장관과 공공기관장이 얼마나 의지를 갖느냐에 혁신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