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관들 ‘정규직화 대못박기’… 인력 슬림화 역행

건보, 1600명 직고용 추진 논란
정부는 상위직 등 파격감축 예고

기획재정부는 29일 내년부터 공공기관의 정원 감축을 포함해 비대한 공공기관의 조직과 인력을 대폭 슬림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일부 공공기관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공공부문의 재정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현 정부가 손을 쓰지 못하도록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기재부가 이날 내놓은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의 핵심 중 하나는 파격적인 군살빼기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인위적 구조조정이나 일각에서 우려하는 민영화 추진은 배제한다고 명확히 하면서도 △기능조정에 따른 인력 감축 △정·현원차 최소화 △상위직 축소 △대부서화를 통한 축소 방침을 상세하게 밝혔다. 기능조정에 따른 조직·정원 감축은 올해 12월 말까지 마무리하고, 자연감소 되는 인력의 일정 비율은 신규채용을 병행한다. 별도로 직무급 도입 등 보수체계 개편을 추진해 기존 호봉제의 연공성을 완화한다.

일각에서는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공단 고객센터설립추진단(추진단)은 전날 오후 1차 노·사·전문가 실무협의회를 개최했다. 추진단은 그동안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소속기관’ 설립 추진 경과 등을 논의해왔고, 2주마다 실무협의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단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따라 지난해 10월 21일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됐던 고객센터 소속 직원들에 대해 별도 소속기관을 설립하고 직접 고용하기로 발표했다. 고객센터 직원 규모는 전국 7개 지역에 1600여 명으로 추산된다. 공단 안팎에서는 별도 소속기관을 만들어 16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재정 부담이 늘어나 공단의 신규채용 규모 감소와 보험료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또 공단의 이 같은 움직임은 공공부문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기존 공단에 입사한 정규직 직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