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용산 이어 세운지구도 초고층 복합개발 추진

WCS 참석차 싱가포르 방문… “용도지역별 개발 우수한 디자인 나올 수 없어”
용도지역 경계 허문 ‘비욘드조닝’ 강조…도심 복합개발 특례법’ 제정도 촉구

싱가포르=곽선미 기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세훈(가운데) 서울시장이 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에 있는 주거·관광·국제업무 복합개발단지인 마리나원 내부 녹지 상황을 살펴본 뒤 발언하고 있다. 왼쪽에는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사장, 오른쪽에는 현지 설명을 맡은 이관옥 싱가포르 국립대 부동산학과 교수. 서울시청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정비창 부지(용산국제특례지구)에 이어,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도 용도·용적률 제한 없이 고밀 복합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싱가포르 구도심의 공간 효율을 극대화해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든 마리나원(Marina One)처럼 땅의 용도를 구분짓지 않고 유연하게 도시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도시정상회의(WCS)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오 시장은 30일 싱가포르 마리나원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면서 토지이용규제가 전혀 없는 일명 화이트사이트(White Site) 제도 적용을 포함한 ‘도심 복합개발 특례법’ 제정을 정부에 촉구했다.

오 시장은 이날 마리나원을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용도와 지역별로 구획을 해서 개발하는 기존 체계를 유지했다면 지금 보는 것과 같은 미관적으로 우수한 디자인은 절대 구현되기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용산이나 세운상가(세운지구)에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 26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 발표를 통해 용산정비창 일대에 용적률을 최대 1700%까지 올려 업무·상업·거주 등 도심 기능을 집적한 컴팩트시티 형태의 복합개발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세운지구에도 이 같은 개발 방식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운지구는 종묘에서 퇴계로로 이어지는 44만㎡ 규모로, 서울 도심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꼽힌다. 오랫동안 재개발이 표류한 곳으로 지난해 오 시장은 세운지구를 둘러본 뒤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며 개발계획을 다시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 시장이 용산·세운상가 개발의 롤 모델로 제시한 마리나원은 지난 2017년 준공됐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호텔에서 약 1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주거시설 2개동(1042가구)과 상업시설 2동 등 총 4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연면적 52만㎡ 규모다.

애초 오피스 공간이었으나, 주말에 텅 비어있는 도심 빌딩의 단점을 고려해 오피스·주거 복합 용도로 개발됐다. 특히, 계획 단계에서부터 토지이용 규제가 전혀 없는 화이트사이트 제도를 적용, 1300%(지하 4층~지상 34층)의 초고밀 복합 개발과 함께 유선형의 독특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건축 디자인을 완성했다. 건축물 내부에는 350종의 다양한 식물이 식재돼 있고 중앙광장에는 미세 폭포와 함께 물이 흐른다. 주거시설과 상업시설 높이를 다르게 하고 식물의 높낮이도 다르게 함으로써 선선한 기후 환경을 조성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싱가포르 정부로부터는 친환경 인증 최고등급(LEED)을 받았다. 우리나라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에 참여한 건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는 마리나원과 마리나베이샌즈에 적용된 화이트사이트 제도를 지난 1995년 처음 도입했다. 개발사업자가 별도 심의 없이 허용된 용적률 안에서 토지의 용도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올해 초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을 통해 화이트사이트와 유사한 개념인 ‘비욘드조닝(Beyond zoning, 용도지역 개편)’을 제시한 바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발표 당시에도 비욘드조닝을 첫 전면 적용하는 동시에 입지규제최소구역을 지정해 123층 롯데월드타워보다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었다.

오 시장은 “이곳 마리나원은 마치 미래 도시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녹지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면서 “이런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도심 기능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복합 개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처럼 용도지역 한계를 완전히 무너뜨린 개발이 가능해야 한다”며 “기존 국토계획법을 뛰어넘는 ‘도심 복합개발 특례법’ 제정에 대한 중앙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심 복합개발 특례법은 지난 2020년 법안이 첫 발의된 이후 올해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제로도 제시됐다. 국회, 중앙정부에서도 제정 필요성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시 역시 특례법에 서울 도심 특수성이 담긴 세부 방안이 담길 수 있도록 지난달 ‘구도심 복합개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에 들어간 상황이다. TF에는 시 주택정책실, 도시계획국, 균형발전본부 등과 서울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다.

오 시장은 “도심 복합개발은 직주근접 주택 공급으로 출퇴근에서 발생하는 교통 혼잡,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철도망 건설에 투입되는 천문학적 예산, 배드타운 양산 등 우리 모두가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는 측면에서도 단순 지역 개발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와 협력해 서울의 경쟁력 확보와 균형 발전, 각종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도심 복합개발을 실효성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