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물가 언제 안정되나… ‘이른 추석’이 고비

7월 장마·폭염에 가격 급등뒤
고구마·애호박 등 일부 내림세
추석 다가와 체감하기 어려울듯

국제 유가(油價)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국내 소비자들의 장바구니·식탁 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시점이 언제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1, 2주 사이에 국내 농·축산물의 경매 단계에선 상당수 품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일단 고점을 찍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예년보다 빨리 임박한 추석(9월 10일) 연휴가 요동치던 물가의 고삐를 죄는 마지막 고비가 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2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1일 기준으로 고구마(특 10㎏), 백다다기오이(특 50개), 배추(특 10㎏) 가격이 1주일 전(7월 25일)보다 각각 16.8%, 30.8%, 18.4% 인하됐다. 밥상 반찬으로 자주 오르는 둥근애호박(특 10㎏)과 가지(상 8㎏) 가격은 각각 62.1%, 34.9% 급락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여러 품목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상태이지만 국제유가가 하락한 최근 1∼2주 사이만 놓고 봤을 땐 가격 급등세가 고점에서 내려온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마트 관계자는 “엽채소와 과채소의 경우 7월 초 장마와 폭염으로 가격이 폭등한 후 매주 가격이 낮아지고 있으며 판매가격 역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상품이 상추, 깻잎, 오이, 고추 등이다. 이마트에서 상추(4㎏)는 1, 2주 전 5만∼6만 원대에 판매됐으나 이젠 3만 원 중반까지 내려왔다.

일반 마트 등 소매시장에서도 할인 행사가 부활하고, 간장, 된장 등 양념·소스류와 두부, 일부 곡물 가공품 등의 가격이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다시 정상화된 만큼 이전과 같은 릴레이 가격 상승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축산품의 경우 경매 가격은 내려왔지만, 아직 소비자 물가엔 반영되지 않는 모습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100g에 1만6762원이었던 한우 안심(1+ 등급) 가격은 1일 1만5820원까지 내려왔다. 일주일 사이 5% 이상 떨어졌다. 한돈 삼겹살도 4% 이상 하락했다.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 H 축산 관계자는 “심각한 수준으로 경기 침체가 거론된 여파로 소비가 위축돼 가격이 내려갈 조짐은 있다”며 “다만 실제 가격 하락을 체감할 수는 없는데 곧 추석 시즌인 점이 가격 하락을 저지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