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때 엄마 姓 선택’ 1년째 제자리

법무부, 제도개선 조치 지지부진
자녀姓 바꾸려면 법적 절차 복잡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성(姓)을 자녀에게 물려 주려면, 자녀 계획도 세우기 전인 ‘혼인신고’ 시점에 이를 결정토록 한 법 조항에 대한 2030 부부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혼인신고 때가 아닌 출생신고 때 성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1년이 넘도록 별다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법 제781조 1항은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2030 부부들은 “임신 계획도 채 세우지 못한 시점에 자녀의 성·본을 미리 결정해야 하는 것이냐”는 항의를 해왔다.

이 같은 법을 모르고 혼인신고를 한 부부들은 불필요한 법적 절차를 거치고 있다. 자녀 출생 뒤 법원에 성·본 변경 청구를 하는 것이다. 또 서류상으로 ‘잠시 이혼’한 뒤 다시 혼인신고를 하는 극단적인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법 개정 작업은 제자리걸음이다. 법무부 등은 지난해 4월 27일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통해 자녀의 출생신고 시 부모가 협의해 부 또는 모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민법을 개정하겠다고 했지만, 1년 3개월여가 지나도록 공전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회적 합의와 여론 수렴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