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임윤, 나뭇잎 I, 120×90㎝, 캔버스에 유화 및 아크릴, 2017.
이재언 미술평론가고온다습한 한국의 가마솥더위는 적도의 사람들도 견디기 힘들어한다. 우리의 독특한 극서법(克暑法) 이열치열. 그건 사람 자체를 단단하게 단련시켜 주는 담금질이기도 하다. 뜨겁고 걸쭉한 국물을 들이켜고, 청양고추 매운맛에 딸꾹질까지 하면서 땀을 쏟은 후, 찬물에 몸을 던진다. 이는 더위만 식혀주는 게 아니다.
유럽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 중인 강임윤의 귀국전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원동력도 바로 이 땅에서 단단하게 연단을 받은 데서 온 것이 아닐까. 약관의 나이에 혼자 유학길에 나선 이후 지금까지 작가로서의 위상을 탄탄히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일필휘지의 힘찬 퍼포먼스 하나만으로도 그의 강단이 확인된다.
이번 작업은 자신의 오랜 창작 여정의 반추가 담겨 있다. 노마드로서 겪은 시간과 공간은 각별하다. 분주하게 살아온 삶만큼이나 화면도 변화무쌍하다. 나무로 변신했던 다프네의 신화가 자신에게 계속 일어나고 있다. 10년 전의 그림을 오려 붙인 콜라주가 이색적이다. 치열했던 날들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