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지킨다며… 지자체들 추석 앞두고 ‘퍼주기’ 경쟁

전남 7곳·경남 5곳 등 전국 17곳
대다수 현안예산 깎아 재난금 지원

재정자립도 10%인 김제·영광
1인당 100만원 ‘최고액’ 지급
일각 “확장적 재정 관성” 지적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선거 공약 이행 등을 이유로 추석을 앞두고 1인당 최대 100만 원에 달하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에 나서 주목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 지원금 예산은 한 해 본예산의 10%에 육박해 지역 현안사업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몸에 밴 확장적 재정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민선 8기 취임 두 달도 안 돼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지자체는 17곳에 이른다. 전남이 7곳으로 가장 많고 경남 5곳, 전북 2곳, 제주(도청)·강원·경북 각 1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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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지원금을 지급하는 지자체는 전북 김제시와 전남 영광군으로 1인당 100만 원씩이다. 4인 가족이면 400만 원을 받는다. 재정자립도가 10.08%인 김제시의 경우 정성주 시장의 공약 이행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에 올해 본예산(9404억 원)의 8.6%인 811억 원을 재난지원금(일상회복 지원금)으로 편성했다. 시는 추석 전인 다음 달 초까지 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김제시는 상반기 두 차례 각각 10만 원씩 총 2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이미 지원한 바 있다. 재정자립도가 10.45%인 전남 영광군도 강종만 군수의 공약이행을 위해 520억 원을 재난지원금으로 편성했다. 이는 올해 영광군 본예산(6500억 원)의 8% 규모다. 한 김제시의원은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100만 원씩 나눠 준다고 하니 시민들은 좋아하지만 한편으로는 ‘공약 이행을 위해 무리하게 예산을 집행하는 것 아니냐’ ‘선심성 행정이다’ 등의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에서도 시장·군수 공약 이행 등을 위해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지자체가 고성·산청·사천·거창 등 4곳에서 지난 11일 김해시가 가세해 5곳으로 늘었다. 고성군은 1인당 25만 원의 일상회복 지원금 지급을 시작했고 사천시도 민선 8기 공약으로 오는 30일부터 30만 원을 지급한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이들 지자체는 대부분 정부가 지난 5월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내려보낸 보통교부세(10조4000억 원)와 지역 현안 사업 예산을 삭감해 지원금을 마련했다. 일부 지자체의 퍼주기 행태는 인근 지자체를 난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창원시 홈페이지에는 ‘김해시는 희망지원금으로 1인당 10만 원씩 지원하던데 창원시도 지급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창원시 관계자는 “인구가 103만 명으로 10만 원씩 지급해도 1000억 원이 드는 데다 부채 상환과 현안사업이 더 중요해 보편적 코로나19 지원금 지급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전남 여수와 광양 사이에 끼어있는 순천시 관계자는 “보통교부세로 내려온 예산은 정원박람회 등 현안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영광=김대우·김제=박팔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