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전략적 가치 높아지는 상황 활용해 ‘새로운 30년’ 기반 마련해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진(왼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4일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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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30년 <下> 전문가 제언

美·中 패권경쟁 지렛대 삼아서
韓·中 관계 주도적으로 견인을

中 ‘사드 3不’ 주장에 대해서는
北미사일 대응용 지속 어필해야

美주도 ‘칩4 동맹’ 참여 반대엔
中에 협력안 제시땐 개선 가능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은 올해를 기점으로 양국 관계에 대한 새로운 방향과 속도 설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체제와 이념의 차이 속에 부침을 거듭하며 발전해 온 한·중 관계는 특히 최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칩4 동맹과 대만과의 협력 심화 등으로 불거지는 미·중 전략 경쟁구도 속에서 여러 가지 도전 요인에 직면해 쉽지 않은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지난 9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수면 위의 우호적 분위기와 다르게 물밑으로는 각종 사안에 확연한 입장 차가 있음을 확인한 자리였다. 문화일보는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는 24일 양국의 현안을 풀기 위한 자세와 방안,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제언 등을 들어봤다.

◇“韓·中 상호 대등 관계로 만나라” = 먼저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에 한·중 간 차이를 인정하고,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는 상황을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윤 정부가 ‘글로벌 중추 국가’ 목표를 천명하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역할과 책임을 내세우듯이 중국을 상대로도 목소리를 제대로 내야 한다는 것이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고조되는 유리한 판세를 잘 읽고 이용해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을 지렛대로 활용하면 한·중 관계를 충분히 주도적으로 견인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 교수는 “미국은 중국을 일방적으로 압박만 하지는 않는다. 우리도 우리의 국익을 토대로 원칙과 비전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이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중이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보다 대등한 입장에서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한·중 양국을 둘러싼 대외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을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은 24일 사드가 더 이상 양국관계의 걸림돌이 되면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경북 성주 기지에 배치된 사드 포대로 올해 중 3단계 성능개량이 예정돼 있다. 뉴시스

◇“사드 3불은 해결 가능한 사안” = 중국은 문재인 정부가 ‘사드 3불’(사드 추가배치 금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을 넘어 사드 운용을 제한하는 ‘3불 1한’까지 약속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는 원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 교수는 “사드 3불 현안은 한국이 원칙과 비전을 가지고 접근하면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이 사드는 중국의 군사정보 탐지가 목적이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용이라고 일관되게 설명해 나가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제가 풀린다는 것이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으로 불리는 반도체 공급망 대화와 관련해서도 중국 측에 한국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설명해 나가면서 중국의 협력방안을 제시하면 중국도 한국에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 연구위원은 “윤 정부 출범 이후에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더 큰 역할과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이런 역할 인식을 대중 외교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중·반한 정서 해결 노력해야” = 한·중 관계가 대립과 충돌로 치닫지 않으려면 두 나라가 정치적 상황이나 이데올로기 간에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면서 협력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는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이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을 강조하고, 이에 대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그것이 군자의 사귐”이라고 화답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연구위원은 “그동안 한·중 협력을 견인해 온 경제 협력이나 인적 교류가 코로나19 등으로 축소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확산하고 있는 반중·반한 정서 관리를 위해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미 관계를 중시하는 윤 정부 특성상 앞으로 한·중 관계에서 도전 과제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정치적인 요인을 과도하게 고려한다든지,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방식으로는 중국과의 관계를 잘 이끌어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위원은 “냉정하고 객관적인 인식을 가지고 한·중 관계의 새로운 30년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정치적인 논리의 개입 여지를 최소화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한·중 관계는 잘 풀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유진 기자

“적대감 점점 커지는 양국 국민들 문화교류로 우호 분위기 조성을”

韓, 中 호감도 北보다 낮아
中청년도 ‘反韓감정’ 커져
“잦은 만남 통한 소통 필요”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이했지만 양국 국민 사이의 적대감은 오히려 커지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상호 이해와 보다 잦은 만남을 통한 소통을 주문했다. 양국 사이에 공감대가 많음을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양측 간의 유대를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7월 15∼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주변 5개국(미국·북한·일본·중국·러시아)의 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중국의 호감도는 23.9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북한(29.4점)이나 일본(29.0점)보다 한참 낮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23.3점)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20대 이하(10점)와 30대(17.5점) 등 젊은층일수록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민들은 중국의 경우도 반한 감정이 수치로 나타나진 않고 있지만 젊은 세대로 갈수록 한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조선족 기업가 김모 씨는 “예전에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무척 좋았는데 지금은 예전만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양국 관계지만 전문가들은 분위기만 잘 조성된다면 양국 관계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닝푸쿠이(寧賦魁) 전 주한중국대사는 “한·중 관계에 최근 큰 변화가 생겼지만 앞으로 양국이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고 분야별 협력을 심화·확대해 간다면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현 상황에서 한·중 양국이 문화교류를 대대적으로 늘려 양국 간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진곤 주중한국문화원 원장은 “대립하고 있지만 양국에는 오랜 기간을 이웃하면서 공유해온 문화적 공감대가 분명히 있다”며 “친구를 사귀는 데는 문화와 마음, 두 가지가 통해야 하는데 한·중 양국은 문화로 통하고 마음으로도 통하는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친구”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4일 한·중 양국에서 열리는 수교 30주년 기념행사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양국 간 교류의 장이 될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과거보다 크지 않은 행사 규모상 그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10년 전인 지난 2012년 수교 기념행사에는 차기 주석으로 내정됐던 시진핑(習近平) 당시 부주석이 참석했지만 올해 행사에는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中 내수 위주 ‘쌍순환 전략’에 초비상… 韓, 수출품목·지역 다변화 시급

30년만에 4개월 연속 무역적자
수요감소·원자재값 급등도 한몫
기재부, 곧 ‘수출종합대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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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한·중 수교 후 30년 만에 첫 4개월 연속 대(對)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유력시되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초비상이 걸렸다. 무역구조 개편 등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중간재 위주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수출품목 및 지역 다변화와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등 구조적 무역체질 개선 방안을 담은 ‘수출 종합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24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6억6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한·중 수교가 맺어진 1992년 8월 이후 한 번도 없었던 대중 무역 4개월 연속 적자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의 단기 원인으로는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봉쇄정책에 따른 수요감소,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리튬 등 중국산 원자재 가격 급등이 꼽힌다.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중간재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 위주의 자립 경제에 집중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쌍순환(雙循環·국내시장이란 내순환과 국제시장이란 외순환) 전략’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중국의 반도체 제조용 장비 국산화율은 지난해 말 21%에서 올 상반기 32%로 11%포인트나 뛰었다. 중간재 중심의 대중 수출구조를 소비재·최종재 중심으로 전환하고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는 한편 수출선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도 이 같은 인식하에 수출 대책을 만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2일 “8월 중 중소·중견기업 해외마케팅 지원, 주요 업종별 수출경쟁력 강화 및 규제개선·현장애로 해소 등 내용을 포함한 수출 종합대책 및 해외수주 활성화 대책을 마련·발표할 계획”이라며 특히 “수출품목·지역 다변화 및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에너지관리 효율화 등 구조적인 무역체질 개선 노력도 지속적으로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지난 6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 현장에서 “20년간 우리가 누려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우리에게는 중국의 대안인 시장이 필요하고 다변화 또한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가 교역 1위국인 중국과의 경제협력에서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물론 아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19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대중 경제협력을 활성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양국 간 경제분야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공통 관심사인 문화·기후변화·보건 분야부터 거시경제정책·공급망 협력·통상 현안과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 애로 해소 방안에 이르기까지 분야별 협력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