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때 ‘지자체 재난대책비’ 실집행 절반도 안돼

교부금 2.6조 중 1.1조만 집행
2020년 전남 홍수때도 30%대
강원·경북·경남 20%대 머물러
지자체마다 실적 편차도 ‘극심’
재해복구 위한 사업 관리 시급

문재인 정부 4년간 행정안전부가 자연·사회적 재난으로 인한 피해복구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는 ‘재난대책비’의 실집행 실적이 극히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데 이어 추석을 앞두고 초강력 태풍 ‘힌남노’까지 북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신속한 재해복구를 위해서는 재난대책비에 대한 철저한 사업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조사·분석을 요청해 받은 ‘문재인 정부 기간 행안부 재난대책비 교부 대비 지자체 실집행 현황 및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1년까지 4년간 행안부가 17개 시·도에 교부한 총 재난대책비는 2조6940억3000만 원이었다. 이 중 실집행액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조1913억3400만 원(실집행률 44.2%)에 그쳤다. 연도별 실집행률을 보면 2018년 41.0%, 2019년 22.8%, 2020년 56.7%, 2021년 42.4% 수준이었다.

재난대책비는 주로 7∼9월 호우·태풍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뒤 교부되는 경우가 많다. 또 재해복구사업 추진 시 실시설계, 환경영향평가 등 필수 행정절차 이행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당해 연도 실집행이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2020년 여름 전남 구례군 등 전 지자체에 홍수로 인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도, 최대 피해 지역인 전남 지역에서조차 재난대책비 실집행률이 2020년 35.9%, 2021년 39.3%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저조한 실집행률이 단순히 교부 시기와 행정절차로 인한 구조적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17개 지자체별 실집행률 편차도 극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난대책비 실집행률이 50% 미만인 지자체는 8곳에 달했다. 특히 강원(25.1%), 경남(26.7%), 경북(27.8%)은 20%대에 머물렀다. 경기(30.3%), 충남(36.6%), 전남(43.6%), 전북(46.0%), 충북(48.2%)에도 재난에 대응할 충분한 자금이 적기에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은 “재해복구의 시급성을 생각하면 설계, 행정절차 이행, 공사 등의 과정에서 사업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난 복구·보상 일정까지 고려한 재난대책비 사업관리가 필요하다”며 “실제 복구지원 현황 및 재난피해의 복구 수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성과지표도 세밀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