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제주行 비행기 무더기 결항… 선박·생산車 안전지대 이동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물폭탄’ 대비하는 주민들 5일 오전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검복리 비 피해 산사태 현장에서 마을 주민들이 북상하고 있는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대비해 모래주머니를 쌓고 있다. 윤성호 기자

■ ‘힌남노 북상’ 남부 긴장

‘태풍 관통’ 부산·울산·경남 등
내일 휴교·주민 대피지역 마련
전남 54개 항로 여객선 통제돼
해운대구 초고층 ‘빌딩풍’ 우려

부산=김기현·제주=박팔령·창원=박영수·광주=김대우 기자, 전국종합, 이승주 기자

초강력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5일 밤부터 제주를 거쳐 남해안에 북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통 지역인 부산, 울산, 경남, 전남 등은 초비상이 걸렸다. 힌남노는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40∼60m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2003년 엄청난 피해를 낸 태풍 매미와 비슷하거나 더 강한 규모로 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매미 때는 119명 사망, 12명 실종에 6만1844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재산피해액이 4조2225억 원에 달했다.

해당 지역 대부분의 학교들은 6일 임시휴교하거나 원격수업을 진행한다. 남해안에는 선박 수만 척이 피항한 가운데 주요 항공사들도 5일과 6일 부산과 제주의 항공편 운항을 대부분 취소했다. 대한항공은 5일은 전편, 6일 오전 9시까지 제주 출발·도착 항공편 80여 편을 결항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5일 오후부터 제주 관련 노선의 운항 계획을 모두 취소했다.

5일 현재 제주는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 해상에는 바람이 초속 20∼50ｍ로 강하게 불고 물결이 최고 12ｍ 이상으로 높게 일고 있다. 여객선 11개 항로 18척의 운항과 한라산국립공원도 7개 탐방로의 출입이 전면통제되고 있다.

힌남노는 6일 0시 제주 서귀포에 도달하고 오전 6∼8시 경남 통영과 부산에 잇따라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두 해수면이 높아지는 만조 시간대에 해당돼 폭풍 해일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부산은 매미와 2016년 태풍 차바 때 해일 피해가 발생했던 해운대구 마린시티와 해안 매립지 등에 주민 대피지역을 정하고, 모래주머니로 벽을 쌓아 대비하고 있다. 2020년 태풍 마이삭 때는 해운대구 달맞이 언덕의 초고층 아파트가 외벽 유리창 수십 장이 파손되는 등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이 많은 부산에서는 바람이 더 거세지는 ‘빌딩풍’으로 인한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부산시는 5일 오전 9시를 기해 최고 단계인 비상 3단계로 격상하고 직원 7600명을 투입해 재해 위험지역 962곳, 건설현장 299곳, 방재시설 75곳, 배수구 2855곳 등을 특별점검하고 있다. 박형준 시장도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유치계획서 제출을 위한 프랑스 파리 출장계획(5∼8일)을 취소하고 복귀했다.

경남도는 창원 등 전 시·군 반지하 주택 434곳과 지하상가 1156곳을 사전 점검했으며 지하상가는 침수될 경우 인명피해가 우려돼 영업 중단이나 단축을 권고했다. 특히 태풍 매미로 18명이 사망하는 등 큰 피해를 본 창원시 마산합포구 지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창원시는 반지하시설 포함 재해취약지역 대피자에 대해서는 현장책임관 및 담당자를 지정해 책임 대피계획을 수립했다. 이날 마산어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태풍 매미 때 냉동고가 떠내려가는 등 큰 피해를 봤는데 더 강하다는 이번 태풍으로 또다시 피해를 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에도 태풍이 근접함에 따라 전남지역 54개 항로 여객선 운항이 대부분 통제됐다. 광주시 등은 급경사지, 건설 공사 현장, 지하차도를 비롯해 피해가 우려되는 3만2441곳을 현장 점검하고 있다. 울산지역 기업도 비상태세에 들어가 현대중공업은 건조 마무리 단계이거나 시운전 중인 선박 9척을 안전한 서해로 피항시켰으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도 수출선적 부두와 저지대에 있는 생산차 등 5000여 대를 안전지대로 이동시켰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외부전원 상실에 대비해 모든 원전의 비상전력원 성능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자동차와 정유 업종은 침수에 대비해 시설 점검을 강화했다. 건설 부문은 옥외공사를 중단하고 비상대기조를 편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