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96세로 서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8일(현지시간)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AP 연합뉴스

■ 영국 국민통합 상징 별세

1952년 25세로 왕위 올라 70년간 재위 … 영국 역사상 최장수 군주
트러스 총리, “여왕은 영국이 필요로 하는 힘과 안정을 제공”

계승권자인 큰아들 찰스 왕세자가 찰스 3세로 곧바로 국왕에 올라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애도하는 영상이 게시돼 있다. EPA 연합뉴스

영국 역사상 최장수 군주로 70년간 재위하며 국민통합의 상징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엘리자베스 2세(1926~2022) 여왕이 96세로 서거했다. 영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진 가운데 큰아들 찰스 왕세자가 찰스 3세로 곧바로 왕위를 계승했다.

8일(현지시간) BBC, CNN 등에 따르면 영국 버킹엄궁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이날 오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1926년생으로 올해 96세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지난 6일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를 임명하는 등 고령에도 비교적 건강한 모습을 유지했으나 7일 저녁 일정을 취소한 데 이어 8일 왕실 의료진에 의해 건강이 염려된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후 찰스 왕세자를 비롯한 왕실 가족들이 밸모럴성으로 서둘러 이동했고 결국 이날 오후 숨을 거뒀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영국 왕실 관계자들이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 정문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별세를 전하는 발표문을 붙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지난해 4월 74년간 결혼생활을 함께한 남편 필립공을 떠나보낸 뒤 건강이 쇠약해졌으며 최근 거동불편으로 일정을 취소하는 일이 잦았다.

이날 여왕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런던 버킹엄궁 주변에 모였던 군중들은 현지시간 오후 6시 30분 궁전 꼭대기에 매달린 국기가 조기로 바뀌자 울음을 터트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926년 4월 21일 런던에서 태어났으며 1936년 12월 삼촌인 에드워드 8세가 왕위에서 물러나고 아버지가 조지 6세에 등극하면서 10세 때 왕위계승권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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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캐나다로 피신할 것을 거절하고 운전을 배워 수송보급 장교로 근무하며 직접 군용트럭을 운전했다.

1947년 필립공과 결혼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조지 6세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1952년 25세의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그가 재임한 70년 동안 윈스턴 처칠, 마거릿 대처, 보리스 존슨 등 모두 16명의 총리가 거쳐 갔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정치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으나 국가통합의 상징으로 영국민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역할을 하며 국민적 존경을 받았다. 그는 63년간 영국을 다스렸던 고조할머니 빅토리아 여왕을 제치고 역대 영국 군주 가운데 최장기간 재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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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직후 장남인 찰스 왕세자가 찰스 3세로 왕위에 올랐고 영연방 14개국의 국가원수가 됐다. 1948년생인 찰스 3세는 올해 74세로 역대 영국 국왕 중 가장 늦은 나이에 즉위한 왕이 됐다. 찰스 3세는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에 대해 “소중한 군주이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어머니의 죽음을 깊이 애도한다”고 밝혔다. 버킹엄궁은 찰스 3세가 9일 런던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상징’이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 소식에 전·현직 영국 총리와 백악관 등 영국 안팎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트러스 신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영국이 필요로 하는 힘과 안정을 제공했다”고 밝히고 신임 찰스 3세에 대해서도 “그의 어머니가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헌신했던 것처럼 그에게 우리의 충성심과 헌신을 바치다. 신이여 왕을 구하소서(God save the King)”이라고 말했다.

존슨 전 총리도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여왕의 죽음에 대한 고통과 깊은 상실감이 있다”며 “영국의 가장 슬픈 날”이라고 적었다. 카린 장 피에르 미국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 도중 “우리 마음과 생각은 여왕의 가족과 영국 국민에게로 향한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