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 비상…“타격 불가피하지만 기회 될 수도”

바이오업계 “美공장 설립 부담
中견제 통한 반사이익 기대도”

미국 정부가 반도체와 전기차·배터리에 이어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서도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선언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와 관련 업계는 이번 결정이 미칠 부정적 영향과 기회 창출 방안 등을 함께 살피면서 향후 세부 조치가 어떻게 구체화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미국의 바이오 분야 행정명령과 관련, “지난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발표한 반도체·배터리·핵심광물·의약품 등 4대 분야 공급망 검토 조치의 하나로, 바이오 기술과 관련한 공급망을 본격 논의하려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다만 분야별 세부 조치가 아직 구체화 되지 않은 만큼, 국내 바이오 업계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지 않고 다각도로 대책 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아직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추후 판단하겠다”며 “미국이 어떤 의약품에 대해 어떤 형식으로 제도를 적용할지에 대해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며 “미국에 생산기지를 세워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고객이 집중된 미국 진출을 본격화할 수 있고 경쟁국인 중국 견제를 통해 오히려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는 이점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보다 비싼 공장 건설비와 운영비, 인건비 등으로 기업 부담이 훨씬 가중될 수 있다”며 “현지 진출 외에 방법이 없어진다면 미국 정부가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미국 백악관은 14일(현지시간) ‘국가 생명공학·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회의’를 열고 바이오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 방안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2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바이오 분야의 미국 내 생산을 뼈대로 한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런 움직임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 속에 나온 추가 조치에 속하는 것이어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IRA법은 미국에서 생산되고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 혜택을 주도록 규정했다. 이로 인해 전기차를 전량 한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의 불이익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법 역시 미국의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투자하지 못하게 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한·미 통상 현안으로 불거진 상태다.

최준영·이근홍·박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