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정점론’ 주춤… 美 울트라스텝 가능성 0→34% 커졌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코스피 급락, 환율 폭주...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원·달러 환율이 전날 종가보다 21.40원 급등한 1395.00원으로 게시돼 있다. 간밤 뉴욕증시 폭락의 영향으로 코스피지수 또한 전날 종가대비 63.67포인트 떨어진 2385.87을 기록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 美, 내주 금리 1%P 올리나

FOMC 울트라스텝 단행하면
韓도 내달 빅스텝 결정 가능성
환율 연말 1500원 전망도 나와

경기침체 우려 커지는 가운데
‘인플레 정점 머지않아’ 분석도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8.0∼8.1% 상승)를 상회하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시장에 ‘발작’ 현상을 낳고 있다. 14일 원·달러 환율은 또다시 장중 연고점을 경신하고 코스피는 주저앉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넘어 ‘울트라스텝’(기준금리 1.0%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전망까지 나오면서 10월 한국은행이 당초 예상치였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보다 센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경우 연내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고조되는 실정이다.

이날 시장의 패닉 현상은 간밤 발표된 8월 CPI가 전망치를 뛰어넘으면서 ‘물가정점론’이 아직 끝나지는 않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전날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향후 8월 기대인플레이션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연은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율 중간값은 5.7%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5.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6월 조사치(6.8%) 이후 두 달 연속 하락이다. 특히 유가가 내려가는 추세여서 물가상승률이 더 꺾일 수 있다는 기대감은 아직 남아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하락한 배럴당 87.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美뉴욕증시 2년 만에 최대폭 하락... 미국 증시가 2020년 6월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한 13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폭락에 충격을 받은 한 트레이더가 피곤한 듯 눈을 질끈 감고 있다. EPA 연합뉴스

오히려 시장에서는 Fed가 한국시간 22일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뛰어넘는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기준금리 예측프로그램인 페드워치에 따르면 CPI 발표 이후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Fed가 9월에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전날 91%에서 66%로 떨어졌고, 1%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0%에서 34%로 크게 뛰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전장대비 1.20% 오른 109.620에서 거래되며, 지난 2020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일일 상승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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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 역전이 낳을 연쇄 파급효과에 대한 걱정은 더욱 커졌다. 특히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주요국의 금리 인상 폭과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이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정상화 스케줄을 주의하면서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달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전날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긴축 기조가 가팔라지고 일본 엔화의 빠른 약세, 중국 경기의 하강 우려 확대로 글로벌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도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10월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베이비스텝을 뛰어넘는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수출입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무역수지 적자 폭을 줄이는 등 대외신인도를 높여 외국인 자금이탈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