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로 밥 먹고 개인 노트북… 양심 잃은 서울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대 정문. 연합뉴스 자료 사진

교육부 감사 666명 비위 적발
검수조서 꾸며 도록 허위 간행
학생연구원 인건비 부당 사용
무면허 건설업체 두차례 계약

법인화 11년… 교원 관리 엉망
“주인 없는 기업처럼 방만 운영”

서울대 교원들이 연구비로 개인 노트북을 구입하거나 밥을 먹는 등 부당하게 사용해 징계 처분을 받은 사실이 교육부 종합감사를 통해 드러나자 교육계 안팎에서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대가 법인화로 ‘혁신’이 아닌 주인 없는 기업처럼 ‘방만’하게 운영되면서 경쟁력 강화를 등한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울대가 자율성을 강화하면서도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지난해 9~10월 실시한 서울대 정기 종합감사에서 교육부 감사 지적 내용은 다양했다. 교육부는 서울대가 검수조서를 꾸며 도록을 허위로 간행한 사례, 발간 도서 배포 및 재고 수량 파악을 불량하게 한 경우에 대해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연구책임자가 학생연구원 인건비를 부당하게 쓰고, 개인용 노트북을 연구비로 구매한 사례, 건설업 면허가 없는 업체와 계약하고 공사를 시행한 두 사례에 대해 경찰 고발 조치했다. 이 밖에도 대학원 조교에게 인건비·장학금을 미지급하거나 부적정하게 지급한 사례, 연구과제비를 식대에 쓴 사례, 학생연구원의 인건비를 일괄 관리하거나 연구과제 물품을 허위로 구매해 중징계 처분 요구와 함께 약 2억5000만 원을 회수당한 사례 등이 지적을 받았다. 서울대 교원들은 경고 255명과 주의 407명, 경징계 3명, 중징계 1명 등 666명이 신분상 조치를 받았는데, 이 중 대부분이 조교수 이상 전임교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연구년을 갖거나 해외에 파견된 뒤 활동(파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늦게 제출한 교원 131명은 경고를, 284명은 주의 처분을 받았다. 교육부의 대학 감사에서 단일 건에 대해 400명 이상이 한꺼번에 신분상 조치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 기관의 경우 장학금 중복 지급, 교수학사협의회 행사비 부적정 집행, 축·조의금 및 격려금 업무추진비 집행, 연구과제 출장 여비 중복 지급 등의 이유로 경고·주의 요구 등의 처분을 받았다.

올해 서울대가 받는 정부 출연금은 5379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보다 재학생이 5000명 가까이 많은 경북대(1934억 원)의 2.8배에 달하는 지원액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는 지난 2011년 자율성을 확대한다며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한 지 올해로 11년째인데 교원 복무 관리가 엉망이었음이 드러났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