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스토킹 가해자’ 처벌 검토

법무부 ‘반의사 불벌죄’ 손볼듯
가해자 위치추적 시스템도 구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여성 역무원이 피살된 서울 중구 신당역에서 16일 오전 한 시민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법무부가 스토킹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 불벌죄’ 조항 폐지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20대 여성 역무원이 스토킹 가해자를 두 차례 고소했지만 별다른 안전조치를 받지 못한 채 무참히 살해된 것으로 드러나,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스토킹 피해자 보호 시스템’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법무부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제18조 3항에 규정된 반의사 불벌죄 조항을 폐지하는 법률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스토킹 범죄에 대해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면 공소가 기각돼 가해자는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 이 규정으로 인해 피해자가 가해자의 강요나 위협 등으로 보복이 두려워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단죄할 수 없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이 조항이 폐지되면 경찰 등 수사기관이 가해자에 대해 적극적인 인지 수사에도 나설 수 있다.

법무부는 또 가해자 위치 추적 등 피해자를 보호하고 보복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2021년 10월) 1년을 앞둔 시점에서, 전문가들은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보호에 더해 ‘가해자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법 개정 등을 통해 가해자를 모니터링하고 제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제도를 더 보완해 이러한 범죄가 발붙일 수 없게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유근·김보름·서종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