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시민들 “안전해야 할 일터가… 슬프고 무섭다”

■ 신당역·SNS에 추모 이어져

“제복 입은채 살해된 게 충격”
“같은 아픔이 반복되는 사회”

“제복을 입은 채 근무 중 살해당했다는 게 충격적입니다.”

16일 오전 여성 역무원 살인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 앞 추모 공간에는 조화와 과자, 음료 등을 동반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같은 아픔이 반복되는 사회”, “함부로 말할 수 없어 더욱 마음이 무거운 사건”, “안전해야 할 일터에서 너무 슬프고, 무섭고 황망하다”는 등의 글귀가 적힌 포스트잇을 곳곳에 부착했다.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도 또 다른 추모 공간이 설치됐다. 이곳을 찾은 직장인 양모(여·30) 씨는 “회사가 신당역 근처에 있어 회식을 마친 뒤 사건이 발생한 화장실을 종종 이용하곤 했다”며 “자주 이용하던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끔찍하다”고 말했다.

‘추모의 장소’에서 만난 김혜원(여·27) 씨는 이날 “공권력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제복 차림의 역무원을 살해하는 일이 발생했을까 싶다”며 “이미 피해자는 사망했는데, 사건이 발생한 이후 대책을 마련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정부를 비판했다.

SNS에서도 추모와 공분의 메시지가 잇따랐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상담소 활동가, 회원, 시민들은 끝까지 자신의 일상을 살아냈던 여성 노동자를 기억하고 애도하며 포스트잇에 적었다”며 “신당역을 두려움의 공간으로만 남겨두지 않도록 연대의 목소리로 채워달라”고 전했다. 위근우 대중문화 평론가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번 사건은 안전한 공간도, 안전한 직장도, 안전한 법적 보호도 없다는 두려움을 남겼다”고 적었다. 맘카페 등에서도 “피해자가 딱해서 어쩌나” 등의 반응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피해자 A(28) 씨의 빈소는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허망한 분위기였다. 유족 측은 가해자 전모(31) 씨에 대한 구속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울분을 토로했다. A 씨의 외숙모 최모 씨는 “조카를 추석에 만났는데, 당시 스토킹을 당하고 있었음에도 마음 앓이 하는 걸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며 “홀로 오롯이 어려움을 감당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스토킹 범죄가 사망으로 이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석준(25)은 지난해 12월 흥신소를 통해 피해자의 주소지 등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찾아가 신고여성의 어머니를 살해했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부검이 진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흉기에 의한 목 부위 상처가 사망의 원인으로 보인다는 (국과수의) 구두 소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대영·권승현·이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