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한·일 과거사 갈등에 경고음 울린 ‘제주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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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 김유진 정치부 기자













2년 10개월 만의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앞둔 16일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이 역사문제에만 얽매이다가는 자칫 기후변화나 질병 문제 등으로 벌어지는 글로벌 대전환에 대응하지 못해 뒤처질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관계 개선 필요라는 공감대에도 과거사 갈등에 발목 잡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한·일 정치권에 경고음을 낸 것이다.

특히 “한일병합조약은 무효였고, 선전용에 불과했다”는 일본인 교수의 주장은 그 어떤 목소리보다도 울림이 컸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東京)대 명예교수는 이날 폐막하는 제17회 제주포럼을 계기로 동북아역사재단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한일병합 조인은 대등한 조약을 맺을 자격이 없는 자들끼리, 즉 지배국의 대표자와 그 지휘 감독을 받는 피지배국의 전권이 연출한 연극이었다”며 “한·일 조약의 올바른 이해를 토대로 한·일 관계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키 교수는 “병합이 한국 측의 희망과 요청에 따르는 형식을 빌렸지만 본질을 보면 조약으로서는 ‘무효’(null and void)였고 선전용 문서에 불과했다”면서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에 더 이상 청산할 것이 없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직격했다.

쉽사리 미래를 찾기 어려운 한·일 관계에서 일말의 가능성도 읽혔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정책연구실장은 “한·일 양국 정부와 사법부의 의견은 대립하지만 한·일 교과서의 관련 기술에서는 접점을 찾을 수 있다”며 최근 강제동원 배상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한·일 관계에 실마리를 내놨다. 2015년 일본 교육과정에 반영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속 ‘(일본 군대의)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같은 표현, 2018년 상설 일본사 교과서에 ‘(일본이) 한국의 외교권을 빼앗고’ 등의 표현이 반영된 게 그 사례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환경과 기후, 질병과 빈곤같이 인류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고 한·일 관계의 방향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