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조문 뒤 “어머니를 떠올렸다”… 젤렌스키 부인·왕치산 부주석도 참석

각국 주요인사 2000여명 애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이 안치된 런던 웨스트민스터홀을 찾아 “어머니를 떠올렸다”면서 애도했다. 19일(한국시간) 오후 열리는 장례식에는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나루히토(德仁) 일왕 등 전 세계 고위급 인사 2000여 명이 참석한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내 질 여사와 함께 웨스트민스터홀에서 여왕이 안치된 관을 바라보며 십자성호(十字聖號)를 긋고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조의를 표했다. 천주교도인 바이든 대통령은 참배 직후 “왕실과 영국인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영국인이 70년간 여왕을 모실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말했다. 또 조문록에는 “여왕은 모든 사람을 존엄과 존경으로 대했고, 그녀를 만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던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썼다.

러시아가 7개월째 침공 중인 우크라이나에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대신해 영부인 젤렌스카 여사가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젤렌스카 여사도 이날 웨스트민스터홀을 찾아 여왕을 조문했고, 이날 오후에는 버킹엄궁에서 캐서린 왕세자빈을 만났다.

세계 각국의 왕족 500여 명도 장례식에 참석한다. 2019년 즉위 이후 첫 해외 순방에 나선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웨스트민스터홀을 찾아 여왕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마사코(雅子) 왕비와 함께 런던을 찾은 나루히토 일왕은 다른 조문객들과 달리 이례적으로 검은색 마스크를 끼고 나타났다. 일왕이 외국 왕실 장례식에 참석하는 건 1993년 아키히토(明仁) 당시 일왕이 벨기에 국왕 국장에 참석한 이후 역사상 두 번째로, 옥스퍼드대에서 유학한 일왕과 영국 왕실 간 인연을 고려해 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96세로 서거한 여왕의 뒤를 이어 유럽의 최장수 군주가 된 82세 덴마크 마르그레테 2세 여왕도 여왕을 직접 추모하러 런던에 왔다. 여왕과 6촌 관계이기도 한 마르그레테 2세는 추모를 위해 본인의 즉위 50주년 행사를 대폭 축소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이 대표단을 이끌고 조문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장례식에 러시아, 벨라루스, 미얀마, 시리아, 베네수엘라, 아프가니스탄 등에는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으며, 북한·이란에는 대사만 초청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