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대한 정부 지출, 투입 대비 효과 적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제13회 조락교경제학상을 수상한 유리 고로드니첸코 UC 버클리대 석좌교수가 21일 제12·13회 조락교경제학상 시상식 및 기념 강연에서 연구 결과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연세대 제공

레이미 교수, “정부 지출 승수 0.6~0.7 사이로 추정”

밸러리 레이미 UC샌디에이고대 석좌교수와 유리 고로드니첸코 UC 버클리대 석좌교수가 21일 조락교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레이미 교수는 기념 강연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의 재정 지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경기 부양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고 지적한 한편, 고로드니첸코 교수는 인플레이션 상황 장기화 속 정책 입안자들이 보다 간결하고 직접적으로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 12회 조락교경제학상 수상자인 레이미 교수는 이날 오후 연세대 조락교경제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서승환 총장) 주최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우관 각당헌에서 열린 ‘제12·13회 조락교경제학상 시상식 및 기념 강연’에 참석해 “연구 결과 미국의 역사적 데이터의 누적 승수 추정치는 0.6~0.7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재정을 투입했을 때 국내총생산(GDP)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나타내는 승수효과를 분석한 결과, 재정을 1만큼 투입했을 때 그보다 적은 효과가 창출됐다는 의미다.

그는 “케인즈주의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을 대공황에서 구출한 건 정부 지출이라고 보고 있지만, 이는 정부 지출이 너무 거대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이중차분법 중 새로운 기법을 적용해 분석해보니 한계소비성향(새로 늘어난 소득 중 소비로 지출한 비용)이 더 작게 추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정부 지출의 증가가 민간 소비, 투자의 구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지출이 늘었지만, 지출 금액보다 수요가 많이 창출되는 ‘승수효과’가 아니라 오히려 소비와 투자가 줄어드는 ‘구축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책 입안자들이 가계와 기업에 보다 쉽고 간결하게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레이미 교수 다음으로 강연에 나선 제13회 조락교경제학상 수상자 고로드니첸코 교수는 “거시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이고,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합리적 기대’ 가설이 널리 받아들여져 왔지만 실제로 가계·기업이 이에 부합하지는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정보 측면으로도 제약돼 있고, 데이터를 잘못 해석할 수 있어 정책 입안자들로서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사람들이 잘못된 해석을 하지 않도록 포괄적 메시지를 던지는 등 간단하고 직접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락교경제학상은 경제학 분야에서 연구 업적이 탁월한 국내외 경제학자의 연구력과 학문적 성과를 높이기 위해 제정된 삼륭물산 조락교 회장이 기탁한 10억 원의 기금으로 2007년 제정됐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억 원이 수여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행사가 연기돼, 이날 12·13회 수상자에 대한 시상식이 함께 진행됐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