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넘는 재초환금액 재산정 예고…실제 징수된 곳은 ‘0’

한강맨션은 부담금만 7억 넘어
17년째 유명무실… 제도 개선
도심 주택공급 활성화 등 기대

윤석열 정부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대폭 개선한 데는 사실상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단 한 번도 집행이 이뤄진 적이 없는 데다, 오히려 도심 내 주택공급 저해 요인으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초과이익에 따른 부담금 자체가 비합리적으로 고액이고, 미실현 이익에 대한 징벌적 조세 성격으로 위헌 논란까지 있어 집행 주체인 지방자치단체도 실제 징수를 추진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적정 수준의 완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평가다. 현재 통보된 부담금 예정액 중 가장 높은 곳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 단지인데, 이곳의 재초환 부담금은 가구당 7억7000만 원에 달한다.

29일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한 배경에 대해 “2006년 제도 도입 이후 한 번도 조정되지 않은 부과 기준을 시장여건 변화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과도한 부동산 시세차익에 대한 환수를 통한 소득 재분배로 주거복지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부담금 산정까지만 이뤄졌을 뿐, 실제 징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초환이 재시행된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재건축 추진 84개 단지에 통보된 재건축 부담금은 총 3조1477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징수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처럼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 것은 제도 자체가 ‘징벌적’ 성격이 강하고, ‘과도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재초환은 사업 기간(추진위 승인∼준공 시점) 오른 집값(공시가격 기준)에서 건축비 등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3000만 원 초과분)을 10∼50%까지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문제는 부동산 시세가 유동적이고 시세 확정 차익이 아님에도 부담금을 내야 하는 데 대해 재건축 조합원들의 반발이 컸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 시절에 제도가 도입됐으나 부동산 침체기를 거치며 시행이 유예됐고, 지자체에선 최종 확정 통보와 징수를 하지 못했다.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도 너무 부담금 규모가 크고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 지자체장들이 징수를 감행하는 자체가 어려웠다”며 “게다가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도 재초환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웠기에 굳이 서둘러 징수할 이유도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지자체는 부동산 하락기에 재건축의 사업성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 정책 시점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