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료 인상에 물가압박 심화…힘 빠진 ‘10월 정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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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물가 두 달 연속 5%대

유가 하락에 상승세 꺾였지만
농산물 뺀 근원물가 4.5% ↑

원유 감산 결정에 환율은 요동
전기·가스료, 물가 0.3%P 올려
하반기 6%대 재진입 우려 커져

그동안 정부가 호언장담했던 ‘10월 물가 정점론’이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6%를 나타내며 2개월 연속 둔화세를 보였으나, 남은 3개월간 물가 상승 가능성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10월 물가는 1일부터 시행된 전기 및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분을 반영해야 한다. 국제유가도 급등할 조짐이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2022년 9월)에 따르면,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4.5% 상승했다. 전월(4.4%)보다는 오름폭이 소폭 증가한 수치다. 또 근원물가 중 하나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물가는 전년보다 4.1% 뛰며, 2008년 12월(4.5%) 이후 약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국제유가가 한풀 꺾이며 석유류 가격이 떨어지자 물가는 다소 내려가고 있으나, 석유류를 제외하면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석유류 상승률이 지난 6월 39.6%로 정점을 찍은 뒤 7월(35.1%)·8월(19.7%)·9월(16.6%)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정감사를 비롯해 공식 석상에서 ‘10월 물가 정점론’을 주장해왔으나,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뇌관’들이 잇따르면서 낙관론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협의체인 ‘OPEC 플러스’의 감산 소식으로 유가 급등 가능성이 다시 불거졌다. 간밤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89달러(3.46%) 오른 배럴당 86.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일에는 5% 이상 올라 지난 5월 이후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이날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 “10월부터 OPEC 플러스의 감산 결정에 따른 석유류 가격이 다음 달 물가 상승 폭을 결정하는 데 크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전기·가스요금이 물가 상승률을 0.3%포인트 견인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달부터 가정용 전기요금은 약 5%, 도시가스 요금은 약 16% 인상된다. 현재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이 0.1%포인트, 가스요금 인상이 0.2%포인트가량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역시 1400원대를 맴돌면서 수입 물가 상승을 이끌고 있어 물가가 6%대로 다시 진입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날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세원·윤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