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드라마 ‘수리남’ 속 범죄인인도조약… 현실은

■ 조약 없어도 인터폴 194개국과 공조

78개국과 송환 조약 맺었지만
현행 시스템도 시간 오래 걸려
필리핀·중국·베트남 ‘도피 톱3’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사진)의 한 장면. 국가정보원 미주지부 팀장인 최창호(박해수)는 감옥에 있던 강인구(하정우)를 만나 “수리남과 대한민국 사이엔 범죄인인도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현재 전요환(황정민)을 체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남은 방법은 전요환이 마약을 미국으로 유통시키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후 범죄인인도조약 미체결에 따른 ‘전요환의 미국행 유도’는 드라마를 전개해 나가는 큰 뼈대가 된다. 이 장면은 얼마나 현실과 맞닿아 있을까.

현실은 조금 다르다. 경찰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호주 등 78개국(코스타리카 1개국은 체결)과 범죄인인도조약을 맺고 있지만, 경찰청에서는 범죄인인도조약 유무와 무관하게 194개 인터폴 회원국을 통해 해외도피사범의 정보를 요청하는 법집행 공조를 할 수 있다. 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라도 범인을 붙잡아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소재가 파악되는 경우 현지법 위반 등을 들어 신속한 추방 또는 송환을 요청하고 있다”며 “(수리남) 드라마의 배경은 미국이 마약 단속에 관한 한 사실상 자국 영토에서와 같이 법집행 공조를 했던 시대상에 따른 것일 뿐, 조약의 효율성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조약 체결 유무보다는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은 상대국과의 공조·협조” 라며 “반대로 말하면 이미 조약이 맺어진 국가에서도 송환이 어려울 수 있는 것인 만큼, 실무차원에서 공조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사당국도 현행 시스템으로는 범인을 한국으로 송환해오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 범죄인인도 절차의 경우) 법무부-법원-외교부 경유 절차를 양국에서 모두 거쳐야 하므로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안으로 “법무부 소관 국제형사사법 공조법 제29조의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국제공조요청서 송부 주체를 현행 ‘검사’에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으로 개정할 수 있다면 경찰 사건의 범죄인인도가 그나마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동남아에서 최근 송환 성과가 큰 코리안데스크와 경찰협력관, 인터폴 파견 협력관 등의 지속적인 규모 확대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외도피사범은 △2020년 271명 △2021년 373명 △2022년(1∼8월) 234명 등이다. 국가별로는 △2020년 중국 64명·필리핀 52명·태국 49명 △2021년 필리핀 102명·중국 93명·베트남 32명 △2022년(1∼8월) 필리핀 67명·중국 46명·베트남 43명이다. 필리핀, 중국, 베트남이 ‘톱3’ 국가며 최근 2년 새 중국에서 필리핀으로 1위 국가가 바뀌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