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前장관, 블랙리스트 수사·월성원전 재판중 출국허가신청 논란

日서 열리는 세미나 참석 사유
월성 심리 대전지법에 신청서
최종 결정권은 한동훈 장관에

문재인 정부 시절 불거진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이자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백운규(사진) 전 산업부 장관이 출국금지 상태에서 일본 출국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백 전 장관이 현재까지 2차례 구속 수사를 피한 만큼 출국을 허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핵심 피의자가 해외로 나갈 경우 도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백 전 장관 측은 지난달 30일 월성 원전 사건을 심리 중인 대전지법 형사11부(부장 박헌행)에 출국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백 전 장관은 한양대 교수로 재직 중인데, 11월 중순 일본에서 열리는 세미나 참석을 위해 법원에 출국을 요청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여행 형태로 출국을 허가한 뒤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대전지검에 관련 서류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백 전 장관은 월성 원전 사건으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있어 출입국관리법상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출국금지 해제 여부의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이에 검찰은 법원에 서류 보완 요청을 했으며, 추후 출국금지 해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백 전 장관의 출국 여부도 판단이 보류된 상태다.

검찰 내부에선 앞서 두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백 전 장관의 도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검찰 출신 인사는 “불구속 상태인 피고인에 대해 해외 출국을 허락해야 한다고 볼 수 있겠지만, 출장 목적을 허위로 작성하고 해외로 도주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 경우 재판 공전뿐 아니라 수사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백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를 받고 있어 검찰이 출국금지 해제를 결정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본지는 백 전 장관과 변호인 측에 해외 출국 사유를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