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반헌법적 선동”… 당내서도 “진영 갈라치기 멈춰라” 우려 목소리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현역 의원의 첫 퇴진 주장이 나온 데 이어 온라인 당원청원시스템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어 임기 6개월 차 정부에 대한 탄핵 영점이 윤 대통령으로 조준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당내에서조차 “헌법이나 실정법 위반 등 근거 없이 탄핵론을 제기하는 것은 ‘진영 갈라치기’에 그칠 뿐”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더불어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 더불어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 게재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청원. 해당 청원에 동의한 당원은 14일 오전 기준 5100명을 넘어섰다.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 캡쳐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 ‘진행 중 청원’ 게시판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5000여 명을 돌파한 최다 당원 동의를 받고 있다. 글쓴이는 “취임부터 오늘 초유의 ‘48초’ 한미회담까지 이 나라 국격, 외교력이 수직하강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원 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고, 국내 주식 지수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더이상 현직 대통령을 대통령직에 놔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청원취지를 밝혔다. 청원내용에선 “취임부터 지금까지 무능의 끝을 보여주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달라”며 “무능하고 부패한 대통령을 탄핵 시키고, 이런 대통령을 만든 국민의힘에게 책임을 물어 나라를 바로 세워주시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당내 현역 의원들도 탄핵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14일 페이스북에 ‘김용민 의원의 용기를 지지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안 의원은 해당 글에서 “비정상의 정상화, 불공정의 공정화, 몰상식의 상식화를 위해 국민이 저항하는 자리에 함께 선 김용민 의원을 함부로 비난하지 말라. 그는 서야 할 자리에 선 용기 있는 정치인”이라며 “시민들은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김용민 의원처럼 용기 있는 정치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국감이 끝나면 저도 광장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 의원이 지난 8일 ‘윤석열 퇴진 촛불시위’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가 5년을 채우지 못하게 하고 빨리 퇴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발언한 것을 옹호한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 11일에도 페이스북에 “우리 헌정 질서는 대통령답지 못한 사람을 결국 국민이 바꿀 수 있게 열어뒀다”고 썼다.
민주당에서 최근 잇따라 탄핵 주장이 터져 나온 것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 고전 속 강경파 입김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덩달아 이재명 대표의 ‘팬덤’인 강성 지지층의 요구까지 맞물리면서 한 장관, 이 장관에 이어 정점인 윤 대통령으로 표적이 옮겨가고 있다. 대통령 탄핵안 발의(재적 의원 과반)는 169석을 보유한 민주당 단독으로 가능하지만,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선 199석(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내후년 총선을 겨냥,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리는 ‘포석 쌓기용’이라는 분석이다. 최고위원들 역시 총선이 다가올수록 선명성 경쟁을 위해 목소리를 더 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퇴진 주장에 “명백한 대선 불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백주대낮의 반헌법적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3선 중진인 같은 당 김태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나라가 엄중한데, 또 탄핵병 도지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오로지, 권력 찬탈에 눈이 멀어 또 탄핵을 들먹일 줄은 상상을 못 했다”며 “야당의 속내를 드러낸 게 아니라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CBS라디오에서 “헌법이나 법률 위반 등 명증한 근거가 나왔을 때 얘기해도 늦지 않다”며 “그런 것 없이 자꾸 군불만 때는 것은 진영만 갈라치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전 문재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왜 저 집회에 국회의원 신분으로 갔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며 “민주당 국회의원이 이러쿵저러쿵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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