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강조해온 윤대통령… 시장 존중하지만 규제필요 판단

■尹 “국가가 필요한 대응해야”
“카카오는 사실상 국가 통신망”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판교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메신저 먹통 사태와 관련해 국가적 대응을 예고한 것은 카카오·네이버 등 일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정 거래’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부터 ‘시장 자유’와 함께 강조해 왔던 화두로 국가 안보 및 사회 인프라 붕괴가 우려된다면 적절한 통제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약식회견에서 카카오 통신망 마비 사태와 관련해 “민간 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사실상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가 기반 통신망과 다름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와 포털을 보유한 카카오와 네이버의 통신 인프라가 ‘사기업’이라는 법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국가 안보 및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공공재’ 성격을 띤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더구나 이것이 국가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특히 국가적 대응을 예고하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언급한 만큼 조만간 정부 차원의 대책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취임 일성으로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강조할 만큼 이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동안 공정위의 직접 개입보다는 기업들의 자율규제에 맡기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번 카카오 먹통 사건을 계기로 ‘국가개입’으로 무게추가 급속히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통해 계열사를 2018년 72개에서 올해 136개로 불린 과정도 공정위 점검 사안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계열사를 늘리면서 서비스 안정화에는 투자하지 않은 채 몸집 불리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직접 공공재 성격의 데이터 통신 인프라를 점검·관리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사기업에서 운영하는 서비스지만 사실상 공공재적 성격으로 그만큼 책임이 뒤따라야 했다”고 말했다. 여당은 방송통신법개정을 통한 민간 데이터센터 관리·점검을 예고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 관련 상임위원회만 통과하고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가 폐기됐는데, 이를 재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