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사업 대가’ 평양서 직접 돈 전달 정황

‘아태협회장이 7만달러 전달’
검찰, 아태협 내부문건 확보
이화영 사업합의 관여 의혹

‘쌍방울 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쌍방울이 대북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가교 역할을 한 아태평화교류협회 등을 통해 북한에 달러를 전달한 정황을 포착,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모 아태협 회장은 지난 2018년 12월 통일부 승인을 받고, 북한 평양에 방문했다. 당시 작성된 아태협 내부 문건에는 안 회장이 북한에 7만 달러를 평양에서 지급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달러가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고위 인사에게 전달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당시 전달된 돈이 쌍방울의 대북 사업 관련 대가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안 회장의 평양 방문 이듬해인 2019년 5월 쌍방울은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중국 단둥(丹東)에서 지하자원 개발과 관광·도시 개발, 물류·유통, 에너지, 철도, 농축산 등 6개 분야의 우선적 사업권을 획득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한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합의서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쌍방울 임직원 수십 명이 외화를 각자 소지하고 세관 신고 없이 중국으로 출국, 이른바 ‘쪼개기’ 방식의 밀반출이 있었던 정황도 포착했다. 해당 자금 역시 북한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특히 검찰은 2019년 5월 쌍방울과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의 합의서 작성을 주가 조작의 ‘재료’로 의심하고 있다. 쌍방울은 2018년 11월 경기도와 아태협이 공동 주최한 ‘제1회 아시아·태평양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행사와 다음 해 7월 제2회 행사 비용을 지원했다. 안 회장은 방북 직후인 2019년 1월부터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현 SBW생명과학)의 사내이사를 맡았다. 안 회장의 사내이사 취임과 쌍방울과 북측의 협약 등에 따라, 나노스 주가는 크게 뛰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대북 사업 관련 일정 역할을 하고 그 대가로 정치자금과 뇌물 등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가 주가 조작 외에도 대북 송금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