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탄두 무차별 공격…이란제 드론, 우크라 전쟁 변수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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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드론 43대 우크라 도심 맹폭
임신부 등 최소 8명 목숨 잃어

목표물 확인까지 공중대기 가능
저공비행·굉음으로 심리적 압박

EU, 이란 제재 논의했지만 유보

이란제 자폭 드론(무인항공기) ‘샤헤드(Shahed)-136’이 우크라이나 전쟁 변수로 떠올랐다. 수세에 몰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등 주요 도시에 무차별 드론 공격을 퍼부으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란은 러시아에 살상용 드론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강력한 대(對)이란 제재를 예고했다.

러시아군은 17일 우크라이나 전역에 이란제 드론 43대를 투입해 대대적인 공격을 펼쳐 최소 8명이 사망했다. 특히 키이우엔 28대의 드론이 날아들었고 임신 6개월 차 산모가 목숨을 잃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주력 드론은 이란제 ‘샤헤드-136’이다. 66∼110파운드(약 30∼50㎏)의 탄두를 싣고 목표물이 확인될 때까지 공중에서 대기할 수 있어 ‘선회하는 폭탄’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비행 거리가 1550마일(2494㎞)에 달해 장거리 작전이 가능하며, 저공비행으로 엄청난 굉음을 내 심리적 압박 효과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다른 드론에 비해 속도(시속 185㎞)가 느려 재래식 방공시스템으로 쉽게 타격할 수 있지만, 러시아군이 많은 수의 드론을 한꺼번에 투입하는 작전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43대 드론 가운데 37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지만 인명 피해를 막지 못했다.

미국 정보 당국은 이란이 지난 7월부터 ‘샤헤드-136’을 러시아에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키이우에 떨어진 드론 잔해엔 ‘샤헤드-136’을 러시아 드론 ‘게란(Geran)-2’로 바꿔 쓴 흔적도 발견됐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드론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될 어떤 무기도 러시아에 제공하지 않았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에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란은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이란의 무기 거래에 대한 제재를 강력하게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도 이날 외교이사회를 열어 이란 제재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이란이 러시아에 드론을 전달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을 때까지 결론을 유보하기로 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EU가 이란에 추가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편 EU는 이란의 ‘히잡 미착용 의문사’와 관련해선 이란 정부 인사 11명과 4개 기관 명의 자산을 동결하고, 여행 금지 조처를 내리는 등의 제재 방안을 확정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