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카카오…“데이터 작업·운영도구 이중화 준비 못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침울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전례 없는 ‘먹통 사태’를 겪은 카카오가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가운데 직원들이 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 카카오 남궁훈 대표 사퇴

7개월만에 대표에서 물러나
비대위 맡아 사고 수습키로

“가능한 빠른 피해 보상 추진
2개월내 사고막을 환경 구축”
지배구조·경영쇄신 등 과제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19일 ‘먹통’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카카오 지배구조와 경영시스템, 투자계획 등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카카오는 이날부터 피해 보상에 대한 신고 채널을 개설하고,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남궁 대표는 이날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로 선임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남궁 대표는 대표직에서는 사퇴했지만, 사고 수습 비상대책위원회의 재난대책소위를 맡아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남궁 대표의 사퇴로 홍은택 대표가 회사를 이끈다. 홍 대표는 남궁 대표가 단독 대표로 선임된 지 4개월 만인 지난 7월 각자대표로 취임했다. 홍 대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을 주로 맡았지만, 앞으로 경영 전반을 총괄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대표는 데이터센터 화재 사태 비상대책위원장도 맡아 수습을 지휘하게 된다. 언론인 출신인 홍 대표는 지난 2012년 카카오 콘텐츠 서비스 부사장으로 합류해 카카오커머스 대표이사 등을 맡은 바 있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경영 일선 복귀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카카오 측은 “정해진 게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회사 전반의 대대적인 쇄신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재계 순위 15위(자산 기준)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카카오는 ‘플랫폼 공룡’이 됐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계열사 숫자가 100개 이상 늘었고, 각종 사업에 진출하면서 ‘골목 상권’ 침해 논란도 촉발했다. 일부 임원의 스톡옵션 행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카카오는 앞으로 위상에 맞는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계열사 축소도 신속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광범위한 보상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도 약속했다. 홍 대표는 “모든 이해 관계자들에 대한 보상 정책을 수립하고 가능한 빠르게 실행해 나가겠다”며 “(서버 제공업체인) SK C&C와 책임소재를 다투기에 앞서 먼저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무료 이용자에 대한 보상도 검토하겠다는 공식적 입장이다. 또 자체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데이터센터 한 곳이 완전히 멈추더라도 원활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서비스의 주요 데이터와 서비스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이중화 조치는 되어 있었으나, 개발자들의 주요 작업 및 운영도구가 이중화되지 못한 데 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2개월 안에 유사한 사고는 막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이날 포털 사이트 다음 메일 등 복구가 안 된 주요 기능이 데이터 유실 없이 복구됐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의 모든 서비스도 정상화했다. 카카오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SK C&C 전력 공급률이 100%에 도달했다. 카카오 측은 서버 전원이 전부 공급되면 2~3일 내에는 모든 서비스가 끊김 없이 제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채·장병철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