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2만여대에 충전소 196기뿐… 갈길 먼 ‘1등 수소국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찾기 힘든 충전소 서울시청 별관 서소문청사에 설치된 수소충전소에서 18일 오후 한 운전자가 수소차를 충전하고 있다. 운영시간은 오후 3시부터 9시까지며 일요일은 휴무다. 김선규 선임기자

■ ‘수소경제 인프라’ 지지부진

활성화 로드맵 시행 3년째 불구
충전소 설치 목표치 63.2% 그쳐
R&D 지원·보조금 확대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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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게임 체인저’ 수소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어왔지만 갈 길은 멀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 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수소에 대한 주요국들의 투자가 대폭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인 국내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연구·개발(R&D) 및 보조금 지원 확대 등을 통한 기술 개발과 규제 완화로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전주기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24일 “지난 정부가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만 늘어놓으며 정치적으로 밀어붙인 탓에 생산, 운송, 관리, 활용 등 어떤 면에서도 경제적으로 선두에 서 있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수소경제 방향성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강조해온 수소산업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문재인 정부는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수소경제 선도를 공언했지만 수소차 분야 달성률의 경우 수출은 28.9%, 내수는 35.9%에 불과하다. 수소차의 더딘 보급은 제 속도가 나지 않는 수소차 충전소 구축과 무관치 않다. 정부의 올해 계획은 310기였는데 아직 196기밖에 설치되지 않았다. 그나마 있는 충전소들은 높은 건설비용, 천연가스 가격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한무경(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가 운영 중인 김해·대구 충전소만 해도 6월 한 달 적자가 2500만 원에 달했다. 또 다른 축인 발전용 연료전지 역시 정부 계획의 65.8%만 달성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9월 국회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소 활용처 모색 토론회’에서 “대규모 수소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고 모빌리티 등 활용도가 높은 연료전지 발전을 확대해 양적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생산·저장·운송 경쟁력은 선진국 대비 현저히 낮다는 평가다. 그린수소 생산은 0이고 천연가스를 개질(改質)하는 추출수소 등에 의존하고 있어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가격 경쟁력도 낮고, 기술 개발도 정체돼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4~2020년 수소생산·연료전지 등 원천기술 특허 수는 우리나라가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에 이어 5위에 그쳤다.

산업계는 R&D 지원과 보조금 확대,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A 대기업 관계자는 “초기 단계인 수소산업은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 보조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B 대기업 관계자는 “규제 완화 속도를 당겨 제때 투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4일 “11월 중 윤석열 정부 들어 첫 ‘수소경제위원회’를 개최하고 정책 방향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수진·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