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종말’...내 집 마련 징검다리가 사라진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4일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대형 공사 장비가 설치돼 있다. 이 아파트는 공사비 갈등으로 지난 4월 멈췄던 공사가 최근 재개됐으나 아파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차환 발행에 실패하면서 시공사업단이 사업비 7000억 원을 떠안게 됐다. 연합뉴스

임대차 거래 중 월세 53%

전셋값 내리고 월세 올라도
2년 동결에 세액공제 장점
세입자들 자발적으로 선택
서울 아파트 전세 중간가격
1년 8개월 만에 6억 원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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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중산층이 내 집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인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전세 제도가 존립 위기에 몰리고 있다. 최근 계속되는 금리 인상 충격으로 세입자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줄줄이 갈아타면서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이 53%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 가격은 6억 원 선이 무너졌다.

25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 가격은 5억9966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월(5억9739만 원) 이후 1년 8개월 만에 처음 6억 원 밑으로 떨어졌다. 강북 14개구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5억3188만 원으로, 지난달(5억3437만 원)보다 0.47% 하락한 데 비해 강남 11개구는 6억8755만 원에서 6억7675만 원으로 1.57%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7일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서도 전셋값 하락세는 뚜렷하다.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은 5월 2주째부터 24주 연속 하락했다. 9월 전국 월간 주택종합 전세 가격 변동률도 -0.50%로 전월(-0.28%) 대비 하락 폭이 커졌다.

하락세가 이어지는 전셋값과 달리 월세 가격은 오히려 상승세다. 10월 주택종합 월세 가격은 0.10% 올랐다. 전월(0.15%) 대비 상승 폭이 축소됐지만, 상승세는 여전하다.

월세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도 ‘전세의 월세화’는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올해 들어 월세 거래가 100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작성 이후 연간 기준으로 월세 거래가 100만 건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월세 거래량은 107만2370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월평균 월세 거래량이 11만9000여 건인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월세 거래량은 150만 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월세 거래량은 2019년 82만210건, 2020년 88만7778건, 2021년 97만7032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월세는 전체 임대차 거래 가운데 52.87%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의 종말’까지 예고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가 없어지는 과정”이라며 “지난 2~3년 전만 하더라도 집주인의 반강제에 의한 월세화가 진행됐다면, 지금은 세입자들이 월세를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전세대출금리가 자꾸 오르는데 월세는 한번 정해지면 2년간 동결된다”며 “세금 측면에서도 월세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전세는 소득공제를 받아 월세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전세 시대가 끝났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동국대 겸임교수)는 “여전히 전세 제도가 내 집 마련의 사다리 역할을 하고 수요가 있기 때문에 전세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