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와 정면대결 택한 KLPGA, 아쉬운 흥행 참패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유일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열린 지난 주말 강원도 원주의 오크밸리컨트리클럽을 찾은 많은 갤러리의 모습.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제공

강원도에서 맞붙은 한국과 미국 여자프로골프의 자존심 대결은 일방적인 결과로 마무리됐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지난 주말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 컨트리클럽에서 위믹스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을 개최했다. 같은 기간 강원도 원주의 오크밸리 컨트리클럽에서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이 열렸다.

지난 시즌까지는 KLPGA투어가 LPGA투어의 로컬 파트너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함께 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회가 취소됐던 2020년을 제외하고 2019년과 2021년에 힘을 모아 성공적인 대회를 치렀다. 하지만 올해는 각자 대회를 개최했다. 양측의 협상이 결렬되자 KLPGA투어가 먼저 LPGA투어 대회가 예정된 기간에 신설 대회 유치를 발표했고, 국내 유일 LPGA투어 대회를 개최하는 BMW코리아는 맞불이라도 놓듯 같은 강원도지만 평창보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더 좋은 원주를 개최지로 결정했다.

KLPGA투어는 소속 선수의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출전을 원천 봉쇄했다. 출전을 강행하는 선수는 최대 벌금 1억 원, 출전 정지 10경기의 중징계를 받을 위기였다. 이는 최근 인기가 좋은 여자골프의 힘을 믿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갤러리 접근성과 차가운 가을비까지 내린 탓에 대회 흥행은 참패를 맛봤다. 위믹스 챔피언십 대회 기간 알펜시아 컨트리클럽을 찾은 골프 관계자는 "다른 대회와 비교해도 눈에 띌 정도로 갤러리가 적었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평일인 1라운드에 7000여 명의 갤러리가 찾는 등 4일 동안 약 8만1000여 명이 오크밸리 컨트리클럽을 방문했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조직위원회는 "2022년 대회장을 찾은 8만여 명의 갤러리는 미국 본토에서 열리는 LPGA투어 메이저 대회와 비슷한 수준이다. LPGA투어 관계자들도 많은 갤러리가 대회장을 찾은 모습에 크게 기뻐했다"고 귀띔했다.

위믹스 챔피언십은 경기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이어진 끝에 유효주가 2017년 KLPGA투어 데뷔 후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오는 12월 결혼을 앞두고 많은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투어 통산 18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104번째 출전 만에 처음 우승의 감격을 맛 본 유효주도, 자신이 태어난 한국에서 처음 우승한 리디아 고의 우승도 모두가 값진 결과다. 두 선수의 우승은 많은 갤러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축하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둘의 상황은 너무나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 장면이야말로 한국 여자골프계의 아쉬운 현실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오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