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 신평면 전체인구가 814명뿐… 지방 기초단체 66% 소멸위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18일 경북 군위군 군위읍 버스승강장에서 노인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군위 = 박천학 기자

■ 창간 31주년 특집 - 인구 정책 리셋하라 (2) 저출산 · 고령화에 지방 공동화 심각

군위·의성군의 소멸위험지수
0.11로 고위험지역 공동 1위

경북 군위군 산성면 백학 1리
75세 이상 노인이 85% 차지
24년간 신생아 울음소리 없어

신생아 123명< 사망자 846명
전남 고흥군 급격한 인구감소

군위 = 박천학 · 고흥 = 김대우 · 울산 = 곽시열 기자, 전국종합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한 인구 감소로 지방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방에 있는 시·군·구 10곳 중 무려 7곳이 소멸 위험에 맞닥뜨릴 정도로 처참한 실정이다. 특히 경북 군위군과 이웃 의성군은 소멸이 가파르게 진행돼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군위군과 의성군의 소멸위험지수는 각각 0.11로 소멸 고위험지역 공동 1위다. 지난 2000년에만 해도 군위군의 소멸위험지수는 0.60, 의성군은 0.57로 ‘주의’ 단계였다. 뒤를 이어 전남 고흥군·경남 합천군·경북 봉화군이 각각 0.12로 소멸 위험 상위권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소멸위험지수는 만 20∼39세 가임(可妊) 여성 인구를 만 65세 이상 인구로 나누어 낸 지수다. 0.5∼1.0 미만인 경우 ‘주의’, 0.2∼0.5 미만은 ‘소멸 위험진입단계’,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한다. 수치가 낮은 곳일수록 미래 세대를 낳고 기를 가임 인구 부족으로 소멸 위험이 큰 것을 나타낸다.

지난달 18일 오후 경북 군위군 산성면 백학 1리. 마을을 둘러보니 한 집 건너 한 집이 빈집일 정도로 공동화가 심했다. 이 마을은 20여 년 전만 해도 40여 가구, 70여 명이 살았으나 현재 25가구 35명뿐이다. 이마저 75세 이상이 85%가 넘는다. 이장 전석락(58) 씨는 “24세 내 막내아들이 태어난 이후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며 “대신 50여 명이 세상을 떠나 서글픈 울음소리만 나고 있다”고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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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군의 인구는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잠시 유입돼 올해 5월 말 기준 2만3409명으로 반짝 증가하다 8월 말 2만3318명으로 추락했다. 8월 말 기준 65세 이상 비율은 42.8%(9988명)다. 또 출생아 49명에 사망자 296명으로 사망자가 6배나 많은 편이다. 군위 5일장이 열린 이날 군위읍 버스승강장에서 만난 김모(76) 씨는 버스를 가리키며 “노인 전용이 된 지 오래됐다”고 씁쓸해했다. 군위군 관계자는 “출산 정책과 청년 유입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며 “소멸위기 탈출은 지역에 추진되는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찾아간 의성군 신평면은 인구 감소가 심각해 주민 사이에서 면(面) 통폐합 우려가 나왔다. 신평면은 8월 말 기준 인구 814명으로 의성군 18개 읍·면 중 가장 적다. 65세 이상은 447명으로 54.8%나 되며 소멸위험지수는 0.05다. 의성군 인구 역시 선거 전인 5월까지 5만609명으로 증가하다 8월 말 기준 5만374명으로 줄었다. 65세 이상은 2만2118명으로 43.9%나 된다. 의성군은 2021년 말 기준 전국 시·군·구 중 고령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또 합천·봉화군과 달리, 고흥군은 2010년 소멸위험지수 0.57에서 올해 0.12로 급격히 나빠졌다. 8월 말 기준 인구 6만2294명이며 16개 읍·면 가운데 절반인 8개 면의 65세 이상 비율이 50%를 넘을 정도다. 출생아 수는 8월 말 기준 123명인 데 비해 사망자 수는 846명에 이르러 사망자 수가 무려 6.88배나 된다. 고흥군 관계자는 “젊은 층 유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고령화 등으로 자연 감소하는 인구가 출생아 수를 압도하다 보니 인구감소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13개(49.6%)가 소멸 위험지역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지방이 107개로 94.7%를 차지하고 있다. 지방의 162개 시·군·구 중 66%가 소멸 위험지역에 해당한다. 소멸 위험지역은 2002년 처음으로 7곳이 등장했으며 이후 2010년 61곳, 2020년 102곳, 올해 3월 기준 113곳으로 증가했다. 이 중 소멸 고위험지역은 2014년 처음으로 3곳이 나왔으며 2020년 22곳, 2022년 45곳으로 급증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18일 경북 군위군 산성면 백학 1리 빈집을 한 할머니가 들여다보고 있다. 군위 = 박천학 기자

이같이 소멸 위기 가속화로 시·군·구 존립마저 위협받으면서 지방의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마다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15년 인구 120만 명에서 올해 111만여 명으로 줄어 광역시 유지조차 걱정해야 하는 울산시는 지역 내 25%에 해당하는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공단 조성 등으로 일자리 만들기에 나섰다. 전남도는 농어촌 인구 유입을 위해 귀농어·귀촌 활성화 사업을 펴고 있다. 강원도는 내년부터 청년이 매월 10만 원을 저축하면 도와 시·군이 10만 원을 추가 적립해 3년 만기 시 최대 720만 원을 마련할 수 있는 ‘청년 디딤돌 2배 적금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경북 영천시는 모든 면 지역에서 ‘영천 주소 갖기·11만 영천 인구 달성’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인구 늘리기는 이제 지자체의 숙명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