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몸집 키우기만 급급… 광역지자체 안전조례 ‘0’

일부 기초 지자체 조례에만 규정
실외행사관리 조례 전국 68곳뿐
대부분 ‘지역경제 활성화’ 초점

주최없는 옥외행사 안전 점검케
서울 · 광주시 등 법규 정비 나서

수원=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로 군중 밀집이 예상되는 곳에 대한 안전관리의 필요성이 주목되고 있지만 지역축제 연관 조례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의 안전관리 의무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례 대부분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두고 있어 안전은 뒷전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지자체와 지방 의회들은 참사가 터진 뒤에야 뒤늦게 안전 규정 도입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4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가 제정한 축제 관련 조례는 총 120개였으나 안전관리 규정을 담고 있는 조례는 16개에 그쳤다. 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가 없는 인천시를 제외한 16개 광역 지자체의 축제 관련 조례에는 안전 규정이 전부 없었고 전남 해남·강진·보성군, 충북 충주시, 경기 동두천시, 강원 태백·삼척·동해시 등 일부 기초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조례에만 안전 관련 사항이 담겼다. 실외에서 진행되는 행사의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지자체도 전남, 전북, 제주 등 총 68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의 축제 및 옥외 행사에 관한 조례에 안전 관련 의무가 미비한 이유는 축제나 행사 대부분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축제 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있어 축제와 관련된 교수나 업계 관계자 등으로 위원을 구성하도록 되어 있을 뿐 안전 전문가를 포함하도록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로 군중 밀집에 따른 안전관리의 중요성이 제기되자 지자체와 지방 의회들은 뒤늦게 안전 규정 정비에 나서고 있다. 김춘곤(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옥외행사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서울시 옥외행사의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례안에는 옥외행사 범주에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군중 행사도 포함하고 옥외 행사 장소와 접근 경로 등 주요 통행로에서 군중 밀집에 대한 안전관리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행사 및 축제 등의 안전 문제와 관련된 조례가 없는 세종시에서는 김효숙(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실내에서 열리거나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한 안전점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 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다. 광주시와 광주시의회도 지역 축제나 행사의 안전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자치법규 정비에 나섰다. 전남 순천시는 주최자 없는 축제·행사의 안전관리를 위한 조례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세홍 가천대 공과대학장(설비·소방공학과 교수)은 “지역에서 국소적으로 치러지는 축제나 행사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지점은 지자체가 어느 기관보다 잘 안다”며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서도 지자체가 더 책임감 있게 안전관리 대책을 세우도록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