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UAM’ 모빌리티 혁신 선도… 그린수소 최적지 만들 것”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관광 홍보용 ‘제주 어디까지 가봤니’ 보드 앞에서 15분 도시 등 제주의 미래상을 설명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 민선 8기 시도지사에 듣는다 - 오영훈 제주지사

도심항공교통 2025년 상용화
교육·의료 등‘15분 도시’로

‘일 + 휴가’누리는 워케이션
카카오센터 등 계속 늘릴 것

반도체 필두로 기업유치 역점
일자리 등 경제 활성화 주력

인터뷰 = 유회경 전국부장

오영훈 제주지사가 최근 서울에 왔을 때 영등포구 여의동에 있는 제주도 서울본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제주에 갈 생각도 있었으나 쉽게 만날 수 있는데 굳이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제주 4·3사건으로 증조부와 조부를 한꺼번에 잃은 남다른 가정사를 품고 있을 뿐 아니라 대학생 때부터 재선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4·3 진실규명과 해결에 매진해 온 이력을 갖고 있다. 반면 현재 그의 관심은 기업 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 고도화와 활성화, 첨단 교통수단 도입과 이를 통한 신산업 육성 등 경제 분야에 많이 편중돼 있는 것 같았다. 인터뷰 답변 할애 시간을 보면 인터뷰 대상자 마음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그는 대화와 소통에서 장점을 지닌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짧은 인터뷰 시간이었지만 왠지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제주처럼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줄줄 나왔다.
―리더십은 소통력이라고 강조했다. 소통을 잘한다고 생각하는가.

“전임 도지사들을 보면 소통에 약했던 것 같다. 도민들의 높아진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도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수준에 충분히 도달했는데 ‘지사가 왜 묻지 않고 혼자 하는 거지’ 하는 게 있었다. 공직자 한두 명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도민들과 함께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지 않으면 못 나간다.”

―소통을 위해 어떤 점을 노력했나.

“진짜 그분들의 생각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단지 가서 ‘얘기 들으러 왔다. 자주 듣겠다’ 여기서 끝나면 안 된다. 그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늘 배우는 게 있어야 한다. 가령 감귤 농가가 있다. 저도 감귤 농사를 짓긴 했지만 평생 감귤 농사지은 사람보다 전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와 감귤 농사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책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적도 많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게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들어주는 거다. 통상 많이 토해내면 진정이 된다. 잘 들으면 다음에 대화가 가능한 시간이 생긴다. 간혹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대화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늘 대화한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설사 누가 내 주장에 반대하더라도 그 주장은 주장대로 존중해야 한다고 본다.”

―제왕적 도지사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단일 광역 행정체제가 만들어지면서 도지사 권한이 너무 막강해졌다. 기초 지방자치단체 폐지와 함께 풀뿌리 민주주의도 실종됐다고 본다. 따라서 제주형 기초 지자체 도입은 자기 결정권 확보 차원에서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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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4·3은 남다를 것 같다.

“민주화 운동 시기에 대학을 다녔고 이 과정에서 4·3에 대해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됐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제 조부와 증조부가 4·3 때문에 숨졌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4·3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금기시돼 있어 아버지가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촉구하는 청원 운동을 전개했고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후 국회의원을 하면서 4·3 특별법 전면 개정 성과를 내기도 했다.”

4·3에 대한 견해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여전히 갈린다. 하지만 공권력에 의해 억울한 희생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국가는 늘 대화한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것은 맞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오 지사가 말한 ‘무한 들어주기’ 아닌가 싶다. 많이 털어놓으면 진정이 되고 대화가 가능하게 된다고 하지 않는가.

―기업 유치에 대해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제주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건설업을 제외하면 제조업 비중이 2∼3%밖에 안 된다. 제조업에 취약하다는 것은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고 이러한 이유로 기업 유치에 역점을 두고 있다. 제주의 수출 1위 품목은 감귤이 아니라 반도체다. 제주에 본사를 둔 ‘제주 반도체’가 올해 상반기 매출 910억 원을 올렸다. 물론 연구·개발(R&D)에 특화된 팹리스이긴 하지만 제주에서도 제조업체가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욱이 제주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트렌드가 된 워케이션(일+휴가)의 최적지가 됐다. 반응이 나쁘지 않다. 현재 도 차원에서 워케이션 사무실 3곳을 운영 중인데 예약이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다. 카카오 워케이션 센터도 조만간 설립될 예정이다.”

―도심항공교통(UAM)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 않나.

“제주형 UAM을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해 우리나라 모빌리티 혁신을 선도했으면 한다. 청정 제주에 가장 최적화된 UAM을 제주의 미래 친환경 신사업으로 육성해 친환경 관광, 교통수단, 응급의료 이동수단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 9월 한국공항공사, SK텔레콤, 한화시스템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2025년 UAM 상용화 첫발을 내디뎠다. 제주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그린수소 생산의 최적지라고 할 수 있다. 남는 전기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장치, 충전소 등 실증사업도 진행했기 때문에 수소버스, 수소청소차를 넘어 수소트램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오 지사는 지방선거 공약으로 ‘15분 도시’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15분 도시란 교육, 의료, 공원, 문화시설 등 모든 생활권이 15분 이내 가능하도록 구축된 도시를 의미하며 프랑스 파리의 안 이달고 시장이 전격 도입하면서 구체화됐다. 그가 구상하는 제주형 15분 도시는 UAM, 수소트램 등을 통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 오 지사는…

지방의원 거쳐 재선 국회의원… 지역·중앙 잇는‘소통 달인’평가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도민 비서실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재선(20·21대) 국회의원으로, 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과 당 대표·대통령 후보 비서실장 등을 거치며 정치판에서 키워 온 중량감과 국정운영 경험을 살려 도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아픈 곳을 씻어주며 슬픔을 닦아주는 도민을 위한 비서실장이 되겠다는 약속이다.

사실 오 지사는 제주에서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서귀포 남원읍 신흥2리에서 1969년 1월 태어났다.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비극인 제주 4·3 사건으로 증조부와 조부를 한꺼번에 잃은 3대 독자 집안의 장손이다.

그런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은 대학 입학이다. 제주대에 입학해 1987년 6월 민주항쟁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제주대 총학생회장과 제주지역총학생회협의회 의장을 맡아 국회 내 4·3 특별위원회 구성 청원운동,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성토 등 지역사회를 위한 학생 대중운동을 펼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 김근태 의장과 인연을 맺어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에 창당발기인으로 참여하며 정계에 입문했고, 4·3 도민연대 사무국장을 지냈다.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제주도의회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뒤 강창일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다 열린우리당 후보로 다시 도의회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20대 총선에서 제주시 을에 출마해 당선된 뒤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불자회 대표, 원내대변인, 정책위원회 부의장으로 활동했다.

20대 대선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선대위 수석대변인 겸 비서실장을 맡았다. 중앙 정치권과의 연결고리 역할에 충실해 왔으며 6년에 걸쳐 정부와 동료의원을 상대로 토론과 설득 끝에 지난해 12월 ‘제주 4·3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만큼 정치적 역량을 과시했으며 여야 의원 모두에 ‘초당적인 협치 모델’로 인정받았다.

그는 한라산과 바다를 벗 삼아 꿈꾸던 농촌 소년에서 열정과 패기를 가진 뚝심 청년을 거쳐 지역을 위해 일하는 ‘풀뿌리 정치인’으로 성장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배우자 박선희 씨와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다.

제주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