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구속 땐 ‘文의 월북조작 관여 여부’ 수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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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 공무원 피격’ 수사 분수령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다음달 2일 영장실질심사 앞둬

文 유엔연설 前 축소·은폐 의혹

검찰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서훈(68·사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만 남겨 놓게 됐다. 청와대 외교·안보 최고 책임자였던 서 전 실장의 신병을 확보해 문 전 대통령이 ‘월북 조작’에 관여한 의혹을 따지겠다는 것으로 서 전 실장 신병 확보 여부가 수사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30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전날 서 전 실장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내달 2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 22일 오후 9시 40분 피격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표류 상황과 관련된 첩보를 삭제하도록 지시하고 ‘자진 월북’에 배치되는 증거를 배제해 이 씨를 월북으로 몰아간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이 씨가 북한군 총에 맞아 숨진 뒤 시신이 불에 태워졌다는 사실을 인지한 직후인 9월 23일 오전 1시 소집된 긴급관계장관회의에서 월북 몰이를 지시했다는 혐의를 영장에 적시했다. 감사원 조사에선 해당 회의 직후 국방부가 ‘밈스(MIMS·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에서 관련 첩보 및 군사기밀 60건을, 국가정보원이 자체 첩보 보고서 46건을 무단 삭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24∼25일 서 전 실장을 불러 사건 당시 관계장관회의의 결정 배경 및 국방부와 국정원 등이 월북과 반대되는 첩보를 삭제 지시한 이유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서 전 실장 변호인은 “서 전 실장이 첩보나 기밀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공범으로 지목된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을 직권 남용 등 혐의로 각각 기소할 방침이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 소환 조사를 예정하고 있다.

특히 서 전 실장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여부도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서 전 실장 조사 당시 2020년 9월 23일 오전 8시 30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첫 대면 보고를 포함해 어떤 내용을 보고해 지시를 받았는지 확인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서 전 실장 등의 보고를 받고 “정확한 사실 확인이 우선이다. 북측에도 확인을 하도록 하라. 국민들께 사실 그대로 알려야 된다”는 지침을 내렸다고 알려진 바 있다. 다만 이 씨 사망 당일 문 전 대통령이 남북 관계 진전을 목표로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제75차 유엔총회 화상 기조연설을 앞두고 있었던 때여서 사건 축소·은폐 등을 지시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수사를 통해 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 전 실장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문 전 대통령 조사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