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가, 적으로 돌리지 않고 포용… ‘중국식 실용주의’ 문 열어”

■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서거

중국 국가주석으론 처음 서울 방문
한중수교로 양국관계 기틀 잡아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김선영 기자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은 ‘중국식 실용주의’의 문을 연 사람입니다. 자본가들을 적으로 돌리지 않고 공산당 체제로 포용했습니다.”

11월 30일 96세를 일기로 타계한 장 전 주석에 대해 정만영 연세대 중국연구원 교수는 1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중국 자본가들의 길을 터준 게 바로 장쩌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장 전 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의 뒤를 이어 집권한 뒤 중국이 세계 양대 강국(G2)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닦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후 덩샤오핑에 의해 전격 발탁돼 2002년 후진타오(胡錦濤)에게 공산당 총서기직을 물려줄 때까지 중국을 이끌었다.

장 전 주석의 대표 사상은 ‘3개 대표 이론’이다. 전통 사회주의 국가에서 배척받는 자본가 계급을 끌어안는 것이 골자다. 이는 2002년 중국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중국공산당 당헌(黨章)에 ‘3개 대표 중요 사상’으로 정식 삽입됐다. 기자 시절 아시아 기자 최초로 장 전 주석을 인터뷰했던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는 그가 “중국 사회주의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3개 대표이론’을 통해 자본가 계급을 끌어들임으로써 중국 사회주의의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계급투쟁에 기반한 중국식 사회주의가 유럽식 사회주의로 전환되며 오랫동안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게 장 전 주석의 치적”이라고 말했다.

또 장 전 주석은 올해로 수교 30주년이 된 한·중 수교를 1992년 성사시킨 주역으로, 중국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양국 관계의 새 지평을 연 인물이다. 1995년 11월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해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한·중 관계는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됐다. 이후 장 전 주석은 2003년 3월 물러나기 전까지 10차례에 걸친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경협 확대를 이끌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