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에 뇌물 돈가방’…유럽의회 뒤흔든 앵커 출신 여성정치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에바 카일리 전 유럽의회 부의장.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유럽의회 부의장 ‘카타르 뇌물 스캔들’ 체포
그리스 TV앵커 출신, 8년째 유럽의회에서 근무
소속 정당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 즉각 제명
부친도 ‘가방에 현금운반 혐의’로 의혹 선상에



“뇌물 스캔들 혐의를 받던 그의 집에서 현금 가방이 발견됐다.”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 측에서 유럽의회 인사들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막대한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던 벨기에 당국은 11일(현지시간) 유럽 각국에서 온 수백 명의 의원들 중에서도 단 14명 뿐인 유럽의회 부의장 중 1명을 체포했다. 그리스의 유명 방송앵커 출신 정치인인 에바 카일리가 그 주인공이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벨기에 연방검찰청은 당초 이번 의혹 수사에서 체포, 기소된 이들 4명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AFP는 “현지 검찰이 카일리가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번 의혹으로 체포된 이들 4명에 대해 현지 검찰은 “범죄 조직 가담, 돈세탁, 부패 혐의 등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벨기에 수도이자 유럽연합(EU) 본부가 위치한 브뤼셀에서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결과 60만 유로(약 8억3000만 원)의 현금을 발견했으며, 이들로부터 컴퓨터와 휴대전화도 압수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카일리의 자택에서는 현금 가방도 발견됐다고 한다.

수사 과정과 기소 사실이 공개되자 카일리는 유럽의회 부의장 직책에 해제됐다.

특히 AFP는 벨기에 현지 언론을 인용해 “카일리의 아버지도 이번 의혹에 연루돼 있으며, 가방에 현금을 운반하다 적발됐다”고 전했다. 현지 검찰은 카일리가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뇌물에 대해 “유럽의회 내 정치적, 전략적 위치에 있는 제3자들이 의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지불받거나 상당한 선물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그리스의 메가TV 앵커 출신인 카일리는 지난 2014년부터 유럽의회에서 일해 왔다. 지난달 월드컵 개막 직전 알빈 사미크 알마리 카타르 노동부 장관을 만나기도 한 그는 월드컵을 계기로 이주 노동자 인권 침해 등 각종 논란에 휘말린 카타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언행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번 의혹이 드러나고 그의 체포 사실이 알려지자 카일리가 소속된 유럽의회 사회당그룹 역시 즉각 그의 당원 자격을 정지했다. 또 카일리가 소속된 자국 정당인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도 트위터를 통해 그를 제명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총리를 지낸 파올로 젠틸로니 EU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일로 유럽의회의 평판이 심각히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11일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에 출연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최근 몇 년 새 가장 심각한 부패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