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소녀의 꿈…월드컵 8강 좌절에도 나눔 기적

손흥민 선수의 ‘손가락 7’세리머니 원했던 소녀에 후원 이어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칠곡군청을 방문한 ‘백혈병 소녀’ 김재은 양에게 김재욱(오른쪽) 칠곡군수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응원하고 있다. 칠곡군청 제공

칠곡=박천학 기자

경북 칠곡군의 한 백혈병 소녀가 월드컵 16강전을 앞둔 손흥민 선수에게 백혈병 환우를 위한 골 세리머니로‘손가락 7’포즈를 부탁하며 SNS에 올린 사연이 알려지면서 후원이 잇따르고 있다.

14일 칠곡군에 따르면 주인공은 김재은(15· 순심여고) 양으로 SNS를 통해 손흥민 선수에게 항암치료의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을 전하며 왼손으로 숫자 7을 그리는‘럭키칠곡’세리머니로 희망과 행운을 불어넣어 달라고 했다.

김 양의 글은 인기 게시물에 등록되며 많은 네티즌의 공감을 얻었지만, 국가대표팀이 경기에서 패하고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지 못하자 소녀가 바라던 기적은 무산되는 듯 했다.

하지만 한부모 가정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 양을 돕겠다는 천사들이 나타나면서 나눔은 확산하고 있다. 백혈병 아들을 둔 어머니와 폐 이식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은 40대 가장은 물론 학교 친구와 학부모 등 각계각층에서 김 양을 돕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이봉송 서울 아이와이씨앤시㈜ 회장은 “치료에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좋겠다”며 1000만 원을 쾌척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SNS를 통해 “재은이에게는 여러분의 온정이 희망이고 삶의 동력이다. 많은 관심과 따뜻한 정을 보내달라”고 호소하며 지역 사회의 동참을 끌어냈다.

아들이 백혈병에 걸린 칠곡군청 모 팀장과 폐를 이식받아 건강을 회복한 모 주무관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또 백혈병으로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도 김 양 돕기에 나섰고 칠곡군수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위원들은 계좌를 개설하고 모금 활동을 펼쳤다. 연평도 포격전 참전용사 권준환(50사단 예비군 중대장) 씨는 대학 초빙 강연료를 기부했고 칠곡군 주둔 주한미군 장병도 김 양 돕기에 나섰다. 학교 친구들과 교직원은 손 편지와 카드섹션으로 쾌유를 기원했고 한 졸업생 학부모는 500만 원을 보냈다. 이 밖에 칠곡군 기업가 모임인 ‘세경회’와 왜관MG새마을금고도 모금 활동에 동참했고 칠곡군 샛별어린이집 원생들은 고사리손으로 모은 동전을 보탰다.

김 양의 아버지는 “재인이의 아픔을 함께하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딸이 병마를 떨치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